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김승희 지음

판매가(적립금) 14,000 (700원)
분류 나남산문선 79
판형 신국판
면수 264
발행일 2014-08-01
ISBN 978-89-300-08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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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4,000
내 안의 나와 당신, 그 사이의 거리를 말하다
시인 김승희가 쓴 여성의 자아에 관한 검고 뜨거운 에세이

시인 김승희의 산문선이 출간되었다. 강렬한 언어, 그 시적 에로틱스의 현현을 보여주던 그의 아름다운 시세계 이면에는 혹은 연장에는 검고 뜨거운 산문들이 늘 함께했었다. 수 권에 이르는 산문집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자아, 여성의 자아와 관련된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선집으로 꾸렸다. 1984년《벼랑의 노래》를 시작으로 근작《그래도라는 섬이 있다》(2007)에서 고루 뽑은 김승희의 산문 39편은 줄곧 그를 좋아한 독자뿐 아니라 처음 그를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그의 진면모를 보여줄 만한 일대기적 기록이다.

“삶이라는 것을 한때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의 큰 골자를 이루는 ‘자아’, 자아에 대한 호기심과 한편의 애증은 그의 문학세계를 구축하는 커다란 토양이었다. 초기의 산문들이 여성으로서의 자아 그 자체에 골몰했다면, 후기의 작품들이 나와 연결된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래서일까, 자아를 탐색하던 시인이 40년의 여정을 돌아보며 내놓은 하나의 명제는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이라는 다소 섭섭한 한 줄의 제목이다. ‘나로 꽉 찬 나’라고 믿었던 내가 알고 보니 더 많은 지분을 당신에게 내주고 있었다는 사실. 그 깨달음을 전하고자 하는 시인의 글은 아름답다.

4분의 3의 당신들이 나에 대해 꿈을 걸고 사랑을 걸고 나에 대한 욕망을 반영해 줌으로써 4분의 1의 내가 만들 수 있었던 이상적 영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나(我)로 살고 싶다’, ‘나는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자아개념이란 나 자신의 홀로의 힘에서가 아니라 타자들의 꿈ㆍ사랑ㆍ욕망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자아 개념 속에는 4분의 3의 당신들의 사랑이 들어 있는 것이다. … 그렇게 사람이 나로 되는 데에는 나 혼자서가 아니고 상상계 속의 당신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100퍼센트의 나로 이루어진 무슨 초월적 자아가 결코 아니며 4분의 3의 당신들이 상상적으로 만들어 준 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들이다.
―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中

자서에서 시인은 이러한 생각을 ‘거울과 유리창 사이의 거리’로 표현한다. 나만을 비추던 거울의 은분을 닦아내는 순간 밖으로 통하는 유리창이 되는데, 그 창을 통해 목격하는 세상이 결코 나와 유리되지 않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그의 산문을 초기 작품부터 읽어나가는 기쁨은 결코 작지 않다. 신자유주의의 위협적인 파고가 나를,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겁준다고 생각하는 독자들 모두에게 위로와 안식이 되어줄 것이다.
자서 – 거울에서 유리창 사이의 이야기

《벼랑의 노래》(1984)

야시장  
행복의 탕진     
선한 죽음을 위한 기도   

《성냥 한 개피의 사랑》(1986)

불멸    
위협 속에서     
전라도  

《넝마로 만든 푸른 꽃》(1990)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마리아를 위한 만가 
천사의 별       
야누스의 팬터마임       
추방과 귀향     
감금을 위하여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1993)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 
아버지와 무지개
내 마음 색동옷 입혀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사랑에서 너를 빼도 남는 것이 있다       
샤토 디프에서 보물을 꿈꾸었던 마음      
토끼야, 입산하자 
통속의 눈 문화의 눈     

《너를 만나고 싶다》(2000)

자전거를 타고서 
‘나쁜 여자’를 넘어서     
새롭게 눈뜨는 아침      
발은 여분이다   

《여성이야기》(2003)

엄마와 딸, 그 치명적 사랑       
프리다 칼로, 고통과 초현실의 환상       
문학의 마음             
저 몇 발자욱    
젓가락과 사랑   
위험한 가을 담담한 모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2007)

우리 마음속의 ‘델마와 루이스’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   
무지개 너머 어느 곳     
엄마의 밥상에선 슈퍼 배추가 피어나네    
굽이굽이 펼치는 여자의 옷       
능동적 섹슈얼리티와 매니큐어    
세 여자, 혹은 봄날 오후 세 시 반 
나는 나의 잡초를 사랑해야 한다  
부리와 모이의 거리 
지은이 ㅣ 김승희 
1952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 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그림 속의 물〉이, 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소설〈산타페로 가는 사람〉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태양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냄비는 둥둥》,《희망이 외롭다》등이 있고, 문학선 《흰 나무 아래의 즉흥》이 있으며, 소설집으로 《산타페로 가는 사람》, 장편《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가, 산문집으로《33세의 팡세》,《성냥 한 개피의 사랑》,《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등이 있다. 제5회 소월시문학상과 제2회 고정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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