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은 6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대변인, 정책조정실장, 정무장관, 여당 원내총무, 국회운영위원장, 사무총장, 한나라당 대표, 친박연대 대표 등을 지낸 정치 지도자다. 그러나 그는 정치보복으로 인해 두 차례나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고,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파란과 굴곡의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 윤승모는 서청원의 진면목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동안의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좋은 정치인으로서의 서청원의 객관적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저서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정치인 서청원에 대한 평전(評傳)으로, 소통하는 정치, 의리를 지키는 정치, 배려하는 정치로 대표되는 ‘서청원류 정치’의 현재적 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그것은 대화와 소통이 사라져버린 오늘날의 각박한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소통부재의 현재 한국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 파행 사태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지만 여야 간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기본적인 대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언론과 SNS를 통한 일방적인 비난 공세만 난무하고 있다. 소통부재, 대화부재는 여야 간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권은 여권대로 여전히 친박과 친이로 나뉘어 불협화를 연출하고, 야권은 야권대로 친노와 비노, 종북세력과 종북비판으로 나뉘어 분열상을 노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문제는 정국을 주도해야 할 거대 여당 새누리당이 위아래로 치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내부 화합, 상하 소통을 통해 정국 주도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의 저자는 서청원이 지금 여당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서청원은 2002년 한나라당 대표로 치른 대선에서 패배한 후 패장으로서 대선자금 문제를 떠안고 옥고를 치렀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듬해 2008년 총선 공천학살을 당한 ‘친박’들과 함께 친박연대 정당을 결성해 총선에 나섰다가 표적사정을 당해 또다시 옥고를 치른 바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계속 정치보복을 당한 피해자이다. 그러하기에 서청원은 과거와의 화해, 국민통합, 여야의 소통을 말할 수 있는 적임자이다.
가슴으로 하는 공존의 정치
서청원은 가슴이 뜨거운 정치인이다. 사심 없이, 가슴으로 정치를 해 왔기에 소통의 정치, 배려의 정치, 신의의 정치를 체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서청원류의 정치는 비단 과거에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소통과 대화의 부재로 꽉 막힌 오늘날의 정치에서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의 일방독주가 불가능한 시대이기도 하다. 가슴을 열고, 정성을 다해 대화하는 공존공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여야가 갑을(甲乙)이 아니라 윈윈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서청원이 지향해온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것이 1989년 13대 국회 시절, 통일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서청원과 정치인 대(對) 정치부 기자로서 처음 대면한 이래 사반세기 동안 서청원을 지켜본 저자의 결론적 평가이다.
국회의원 재산 순위 꼴찌 정치인, 서청원
2009년 초 18대 국회의원 재산 공개 당시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 그는 아파트 한 채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 438만 원의 재산을 공개한 것이 전부였다. 재산 순위로 보면 전체 292명의 당시 재적 국회의원 가운데 최하위인 292위였다. 서청원은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축재하지 않은, 좀처럼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서청원은 2002년 한나라당 대표로 치른 대선에서 패배한 후 패장으로서 대선자금 문제를 떠안고 옥고를 치렀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듬해 2008년 총선 공천학살을 당한 ‘친박’들과 함께 친박연대 정당을 결성해 총선에 나섰다가 표적사정을 당해 또다시 옥고를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서청원을 옥죄었던 두 번의 정치자금 문제는 정당과 조직을 위한 것이었지 개인축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서청원이 축재와는 거리가 먼, 욕심 없는 인생을 살아왔음을 언론보도 등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증명해가고 있다.
서청원류 정치가 새삼 그리워지는 이유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제 1장, 맨 앞 쪽에 실린 사진은 정성을 다해 상대방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배려하는 서청원식 정치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9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차 방미한 여당(당시 신한국당) 원내총무 서청원이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박상천, 자유민주연합 이정무 원내총무의 뒤에 서서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장면이다. 여당 원내총무로서 서청원은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항상 야당총무들을 섬기고 배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언론에는 ‘여야총무 개원협상 한 달 접촉, 호텔 음식점 밀회, 30여 차례 대화 우여곡절’(1996년 7월 4일 동아일보)이라는 기사가 보도될 정도로 서청원은 정성을 다해 야당을 만나고 대화했다.
합리적 대화론자요, 배려하는 정치인으로서 서청원의 면모는 동료 국회의원들의 호평으로도 알 수 있다. 서청원은 1996년 7월 9일 15대 국회원구성을 위한 국회 본회의 투표에서 상임위원장 중 최다 표를 얻은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국민에 대한 신의와 책무
이 책의 제목,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서청원의 어록에서 따왔다. 서청원은 친박연대 총선 차입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2010년 12월 24일 의정부 교도소를 출소하면서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것은 지지자들이 보여준 성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자, ‘친박’이라는 인연으로 얽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서청원은 2007년 4월 9일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합류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표에게 빚을 갚으러 왔다”는 어록을 남긴 일이 있다. 자신은 2002년 대통령선거의 패장으로 한나라당을 기우뚱하게 만들었는데, 박근혜 의원이 대표를 맡아 당을 위기에서 구원해낸 만큼 박근혜 대표에 대해 조직인으로서 빚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통해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친박 조직인으로서의 서청원의 ‘우정’과 ‘채무’는 일단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청원에게는 국민에 대한 우정을 실천하고, 채무를 갚아야 할 의무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서청원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정치를 해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요즘의 정치에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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