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의 하나인〈오셀로〉는 다른 세 작품들과는 달리 가정비극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선하고 우직한 무어인 장군 오셀로는 열등감에 찌든 교활한 부하 이아고의 농간으로 자신의 정숙한 아내 데즈디모나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믿게 되고, 결국 아내를 교살한다. 주인공 오셀로의 비극적 결함으로 흔히 ‘질투’를 언급하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악의 편재에 대한 무지를 비극의 원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외관과 실체의 괴리에 대한 의식을 결한 상태에서 간교한 이아고의 술수에 너무 쉽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한 인간이 맞는 파국은 자신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라 악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정신적 눈멂에 의해서도 야기될 수 있음을 절감한다. 오셀로와 데즈디모나를 파멸시키는 이아고는 셰익스피어가 무대 위에 올려놓은 악인들 중에서 제일 간악한 인간일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악의 현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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