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한반도 평화구상!
남북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을 극비 추진하는 발칙한 상상!
7월 27일, 정전 60주년 기념일이다.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이 기념행사들은 참전용사를 애도하고,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고,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오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60년이라는 긴 시간, 여전히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채로 멈춰 있는 현실 앞에 ‘전쟁의 상흔’이라는 클리셰마저 초라하다.
좀더 적극적으로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상상해볼 수는 없을까? 이럴 때 절실해지는 것이 문학적 상상력이다. 남북 정상이 비공식적으로 은밀한 밀회를 즐기고, 심지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을 극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는 어떨까? 통일한국의 대통령 ‘통통령’으로 북한 출신의 정치가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숨 막히는 정치극은? 활발해진 남북간 민간교류 속에 싹트는 사랑이라는 에피소드도 흥미롭지 않을까?
한계 없이 넘나드는 상상의 나래는 지난 60년, 멈춘 채 흘러버린 시간에 새로운 활력을 줄지도 모르겠다. 한 편의 소설이 한국인의 인식의 지평을 파격적으로 넓혀 모두가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꿈꾸게 하는 큰 힘을 지니고 있을지도. 언론인 출신 작가 고승철의 신작《개마고원》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할 때!
개마고원을 매개로 한 ‘사랑’과 ‘평화’, ‘한반도 미래’에 대한 다양한 변주곡!
서적외판원 출신의 주인공 장창덕은 23개 기업을 거느린 재벌 기업인 윤경복의 도움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한다. 윤경복의 초등학교 동창 서연희 박사는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근현대사 학자로, 북한의 반체제 운동조직과 선이 닿아 있는 인물이다. 그녀를 통해 두 주인공은 ‘산토끼 몰이’로 불리는 북한의 반체제 활동과 그 배후세력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은밀한 자금 후원을 시도하던 중 서연희가 북한의 군부 강경파 세력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향한 곳은 개마고원. 그리고 개마고원에서 이들이 마주한 것은 뜻밖에도 북한의 지도자였다. 군부 강경파와의 세력 다툼으로 지쳐 있는 지도자에게 장창덕이 건넨 의미심장한 한마디, “적의 적은 친구라는 사실… 아시지요?”
시원의 신비를 간직한 채 대자연의 서기(瑞氣)를 뿜어내는 개마고원에서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거물 기업가와 북한 지도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밀도는 농밀하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한반도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개마고원은 6ㆍ25전쟁 당시 장진호전투의 배경이 된 곳이다. 해발 1천 미터 고지에서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디며 치러진 장진호전투는 수만의 사상자를 남겼고, 6ㆍ25전쟁의 참혹한 전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끔찍한 살육의 기억은 정전 60년, 멈춰버린 시간과 함께 그곳에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전쟁의 비감을 대자연의 장엄함으로 품은 개마고원, 바로 이곳을 매개로 저자는 한반도의 사랑과 평화를 새롭게 노래하고자 한다. 이 상상의 이야기가 한반도 미래의 새 국면을 향한 힘찬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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