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진희의 첫 시집《나는 한가한 눈사람이고 싶다》가 출간되었다. ‘한가한 눈사람’이고 싶다는 시인의 고백이 자칫 일상의 나태와 목적 없는 무료를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끝이 쨍한 추위, 그럼에도 내리쬐는 해의 볕 속, 점점 녹아가는 자신을 묵묵히 바라보는 한 존재의 한가함은, 그 깊이가 무량하다.
시인은 여기 담긴 66편의 시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를 위해 노래하며, 때론 스스로를 꾸짖고, 때론 자기를 향해 묻는다. 이러한 개인에게로 천착하는 과정이 결국에는 모든 존재의 본연에 맞닿는 언어가 되고 시가 되어 충만한 생명력을 전달한다. ‘나는 고독을 함부로 경멸하지 않는다’(이 책, 5p)는 시인의 말이 이 세상 모든 고독한, 그리고 한가한 눈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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