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형 대북정책

이재호 지음

판매가(적립금) 28,000 (1,400원)
분류 나남신서
판형 신국판
면수 472
발행일 2013-01-15
ISBN 978-89-300-8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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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28,000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크게 보면 햇볕정책과 반(反)햇볕정책 간의 대립과 불화로 응축할 수 있다. 그만큼 간극이 커보였고 공방도 치열했다. 그러나 이 두 정책이 실은 별 차이가 없으며, 수렴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차이(差異)가 실제보다 부풀려졌기 때문에 거품을 걷어내면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통합형 대북정책》은 햇볕과 반햇볕 간의 화해와 수렴을 모색하기 위해 씌어졌다. 저자는 “그동안 양자가 차이가 있어서 싸운 게 아니라, 싸우기 위해서 차이를 과장해온 것 같다”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소모적인 논쟁 대신 수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햇볕론자들에게 “무조건 대화만 하고, 대북 지원만 할 건가”라고 물으면 그들은 “우리가 언제 대화와 지원만 하자고 했는가, 김대중(DJ) 대통령이 그랬듯이 안보도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는가”라며 반발할 것이다. 반대로 반햇볕론자들에게 “안보가 중요하다고 대화도 안 하고 대북 지원도 안 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우리가 언제 대화를 안 한다고 했는가,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가며 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화부터 낼 것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숱한 논쟁과 연구, 이론화와 모델 모색도 결국은 되풀이되는 이 두 질문과 두 답변으로 압축된다는 것이다.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하고, 그리고 다시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하기를 십 수 년째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보면 실로 허망한 일”이라고 말한다. 햇볕도 반햇볕도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우리사회는 양쪽으로 편이 갈려 서로 적의(敵意)의 칼을 들이대 왔다는 것이다. 이는 햇볕과 반햇볕을 상대로 싸운 게 아니라, 각자 자신들이 만든 ‘반햇볕’ 또는 ‘햇볕’이라는 유령과 싸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흡수통일만 해도 그렇다. 적어도 노태우 정권 이후엔 보수 우파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들 중 누구도 흡수통일을 거론한 사람이 없다. 당장 실현될 가능성도 없고 떠안게 될 부담만 천문학적인데 공연히 흡수통일 운운해봤자 북한만 자극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수 우파는 햇볕론자들에 의해 흡수통일론자가 돼있다. 햇볕론자들은 있지도 않은 흡수통일론자를 만들어놓고 공격해왔다는 것이다.


  거꾸로 햇볕론자라고 해서 다 ‘퍼주기’이고, 다 유화론자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안보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다. DJ가 햇볕정책을 위해 내세운 대북 3원칙 중 첫 번째가 ‘무력도발 불용’이고, 본인 스스로도 재임 중 기회 있을 때마다 안보를 강조했다. 그런데도 햇볕론자들은 안보는 뒷전인 채 퍼주기나 하는 유화론자가 돼있다. 반햇볕론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유화론자를 만들어놓고 비판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을 위해서는 먼저 햇볕정책을 진화(進化)의 산물로 인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DJ의 독창적 산물이라기보다는 역대 정권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끊임없이 발전해온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정권에서든 대북 화해·협력정책은 시대적 당위이자 목표로서 추진됐고, DJ는 여기에다 ‘햇볕정책’이란 이름을 붙여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박정희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의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김영삼의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북핵 동결 노력(북미 제네바기본합의)이 없었다면 DJ의 햇볕정책도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런데도 DJ는 전 정권들의 이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거나 평가하지 않았고, 그것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금강산관광이나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직 ‘햇볕정책의 성과’로만 한정지음으로써 그 의의를 반감시켰다는 것이다. 만약 DJ가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화해·협력의 정신을 이어받고, 김영삼 정권의 북핵 동결 노력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 입장만 취했어도 좌우를 초월하는 전(全)국민적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남북정상회담도 금강산관광도 햇볕정책만의 산물이 되는 바람에 상당수 국민에겐 퍼주기의 대가(代價)로 비쳐졌고, 이는 다시 DJ 자신과 햇볕정책에 대한 격렬한 찬반논쟁과 분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DJ와 그 지지자들이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삶의 평범한 지혜를 대북정책에서도 발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을 위해서는 반햇볕론자들도 할 일이 많다. ‘김대중 콤플렉스’에 벗어나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사회의 남북관계 담론의 영역에서 DJ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연 적정한지에 대해 늘 의문을 품어왔다”면서 “햇볕정책은 여느 정권의 대북 화해·협력정책과 본질에선 다를 바가 없는데도 지지자들 사이에선 전혀 다른 것처럼, 심지어는 ‘종교’처럼 인식되어온 이유는 뭘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그 이유로 △민주화 운동가로서의 DJ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채(負債)의식이 그의 대북정책에 전이됨으로써 대북정책도 그의 민주화투쟁처럼 올바르고 선견지명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 △엄혹했던 냉전시절의 권위주의체제 아래서 남북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소신을 밝힌 선구자적 자세와 용기, △반평생을 남북문제와 씨름해온 집념과 전문성 등을 꼽았다. 이 세 가지 요인이 결합돼 ‘남북문제 권위자 DJ’를 낳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김대중 신화’에 대한 반햇볕론자들의 대응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저자는 본다. DJ에 대해 역대 보수 우파 정권은 폭력으로 억누르거나, 이념적으로 낙인찍으려고만 들었지 이성적 경쟁의 장(場)에서 대화와 논리로 압도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는 언제나 과민반응으로 나타나곤 했는데, 여기에는 선수(先手)를 빼앗긴 사람이 선수를 친 사람에게 갖는 질시와 열등감이 따라붙기 마련이어서 늘 감정적 형태를 띠었고, 이런 과잉대응은 오히려 DJ의 위상만 높여주는 일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수 우파는 DJ에게 ‘주눅’이 들어있었으며, 이로 인해 대북정책 논의는 균형을 잃고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반햇볕론자들이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상대적으로 남북대화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DJ를 의식하지 말고 경우에 따라서는 DJ보다 더 크고 더 잦은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햇볕정책을 포함해 모든 포용정책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정책임을 인정하고 시간에 대해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 것을 주문한다. 햇볕을 쪼여서 결과가 나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건 상식인데 기다려주지 않고 그저 몰아붙이니까 햇볕론자들도 어깃장을 놓듯 서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노무현 정권 말기에 나온 10⋅4 남북합의로, 당시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못을 박아놓겠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햇볕론자든 반햇볕론자든 ‘상호주의’라는 말 대신 ‘호혜주의’라는 말을 쓸 것을 권한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에선 1대1의 엄격한 상호주의는 존재할 수 없는데도 햇볕론자들은 반햇볕론자들을 ‘상호주의자’로 낙인찍고, 반햇볕론자들은 햇볕론자들을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들’로 몰아붙임으로써 실익(實益)도 없는 상호주의 논쟁만 가열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호주의를 아예 호혜주의로 바꾸라는 것이다. 북한도 상호주의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저자는 햇볕과 반햇볕이 대화, 시간, 상호주의 외에도 사람을 통해서 수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북정책에 대한 담론과 정책의 영역에서 햇볕과 반햇볕으로 갈린 사람들 사이에서 수렴이 일어나야 분열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예로 임동원과 이동복의 화해를 제안한다. 대북정책 연구에서 가히 국가대표선수라 할 만한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만 해도 생각도 같았고 관계도 긴밀했다. 91년 탄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92년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 작성 작업도 함께 했다. 그런 두 사람이 갈라섬으로써 햇볕과 반햇볕 간의 골을 더 깊게 했으므로 이제라도 손을 잡아야 하며, 이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을 이론의 관점에서 모색하기 위해 ‘한국적 현실주의’의 구축을 시도했다. 국제정치학의 정치적 현실주의(Political Realism)가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적실성 있는 사유의 틀임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대북정책이 딛고 설 ‘한국적 현실주의’를 그려보려고 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북정책의 한국적 현실주의는 ‘정치적 현실주의와 자유주의(Liberalism) 사이로 난 해협을 기능주의(Functionalism)라는 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 끝에는 ‘분단의 평화적 관리’ 나 ‘사실상의 통일’ 또는 ‘완전한 통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적 현실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로 저자는 △‘좋은 분단’에 대한 합의, △‘상황의 이중성’에 대한 인정, △자유주의적 가치(협력)에 대한 고려, △기능주의에 대한 합의를 들었다, 햇볕이건, 반햇볕이건 목표가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면, 소수 종북주의자들이 햇볕과 반햇볕 간의 벌어진 틈새에서 기생하는 것을 방관할 생각이 아니라면, 대북정책은 마땅히 이 네 축을 기초로 수립,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햇볕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보기 위해 ‘3C’라는 자신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내적으로는 국민적 합의(Consensus), 남북 간에는 신뢰(Confidence), 주변국과는 정책의 양립성(Compati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 3C의 틀 안에서 햇볕정책의 실효성을 분석함으로써 대북정책의 유형화(類型化)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햇볕정책도 정책환경(변수)에 따라 통할 때도 있고 안 통할 때도 있는 많은 대북정책 중의 하나일 뿐임을 입증해보였다. 햇볕정책의 이런 한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의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수렴의 제도화를 위해 저자는 통일부 대신 남북관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과 같은 통일부체제로는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대북정책이 큰 진폭으로 좌우(左右)를 오가게 돼 이로 인한 혼란과 분열을 피할 수 없게 돼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 정권이 전(前) 정권의 대북 합의나 약속을 무시할 경우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이로 인한 긴장 고조는 무력 도발이나 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정권의 10·4 남북합의를 사실상 부정함으로써 집권 5년 동안 남북관계가 시종 긴장 속에서 삐걱거렸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와 학계, 시민단체 인사 등을 망라해 적정 비율로 남북관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정권 교체에도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대북정책을 세우고 이행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머리말 5


01 서장: 사회통합형 대북정책을 위하여

1. 햇볕정책의 진정한 교훈 15

2. 햇볕과 반(反)햇볕의 차이는 과장됐다 31


02 대북정책의 진화: 수렴의 뿌리

1. 냉전기의 대북정책 44

2. 탈냉전기의 대북정책 69


03 김대중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 햇볕정책

1. 왜 김대중인가 93

2. 김대중의 대북 인식과 정책의 형성기 99

3.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117

4. 공화국연합제와 햇볕정책, 그 모순에 대해 130


04 햇볕정책의 실효성: 수렴의 시작

1. 기존 연구와 실효성 분석 139

2. 분석의 틀: 3C(Confidence, Consensus, Compatibility) 모델 147


05 3C로 본 햇볕정책의 실효성 변화

1. 3C의 점증과 실효성 가시화 171

2. 높은 수준의 3C와 실효성 극대화 200

3. 3C의 균열과 실효성 급감 232


06 햇볕과 반(反)햇볕의 수렴 (1): 이론의 관점

1. 국제정치학의 정치적 현실주의 275

2. 대북정책의 토대로서의 한국적 현실주의 282

3. 한국적 현실주의의 구성요소 290


07 햇볕과 반햇볕의 수렴 (2): 정책과 이행의 관점

1. 햇볕론자들의 아집과 위선 333

2. 반햇볕론자들의 원죄와 한계 351

3. 수렴의 길 372


08 맺는 말: 수렴의 제도화를 위한 제언

1. 햇볕정책이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398

2. 북방정책과 북핵동결을 딛고 선 햇볕정책 403

3. 대북정책은 단절이 아닌 계승이다 408

4. 대북정책에 불필요한 이름 붙이지 마라 413

5. 3C의 창(窓)으로 대북정책을 보자 418

6. 통일부 대신 ‘남북 관계위원회’를 설치하자 429



∙참고문헌 437

∙찾아보기 463

지은이 ㅣ 이재호(李載昊)
1954년생. 광주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체육부, 외신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워싱턴특파원, 정치부장, 국제부장, 편집국부국장, 수석논설위원, 논설실장, 출판편집인(이사대우) 등을 지냈다. 2012년 7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現)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론인 생활 30년 동안 미국 조지타운대학 초빙연구원,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 이사, 제54대 관훈클럽 총무, 국회 선거구획정위원, 국회 헌법연구회 자문위원, 대통령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국기자상(공동, 1989년) 제3회 한국참언론인대상(2007년), 제13회 장한 고대언론인상(2007년) 등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주한미군》(공저), 번역한 책으로는《협상의 기술》,《미국의 부동산왕 트럼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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