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 (개정증보판)

정윤재 지음

판매가(적립금) 35,000 (1,750원)
분류 나남신서 931
판형 신국판
면수 696
발행일 2012-03-31
ISBN 978-89-300-3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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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정치에 대한 필자의 문제의식과 희망이 교차되는 가운데 지난 10여 년 동안 썼던 글들을 모아 수정·가필을 거쳐 엮은 것이다. 이 책의 내용들은 참고문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 학회지나 공저의 일부분으로 출판된 것이다. 그리고 집필 당시의 대통령이나 정치적 이슈를 다룬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읽기에 다소 부자연스러운 감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쓰인 논문들로 일정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실었음을 밝힌다. 다만 신익희 전 국회의장의 민주적 리더십에 관한 글, 그리고 한국사회의 발전과 대통령의 자질에 관한 글 등 네 편은 한국정치학회 등이 주최한 여러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만 되었던 것들이다.
*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인 저자가 한국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정리했다. 광복 전후의 김규식부터 이승만, 신익희,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이들이 보여 온 리더십의 특징들을 분석하고 나아가 한국에서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 및 의회정치의 지도자상도 제시했다.

* 대통령 동상하나 없는 현실, 어두운 현대사 반영
- 정윤재 교수, 역대 대통령 리더십 학문적 분석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 리더십을 비교·분석한 저작이 출간됐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정윤재(鄭允在·정치학) 교수는 최근 간행된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나남출판)에서 “대통령의 동상 하나 남아있지 않은 현실은 어두운 현대사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역대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해 학문적 분석에 나섰다.
이승만(李承晩)=느낌과 감정이 앞서고 행동하기에 바빴던 “카리스마적 권위주의자”. 그러나 이 권위는 임금처럼 법 위에 군림하는 방식으로 허비됐고, 권력논리에 따라 정치를 조작하거나 폭력에 의지하게 됐다.
장면(張勉) 총리=냉정하고 성실한 가톨릭 엘리트였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전도 갖추고 있었지만 포용력과 조직력 부족으로 실패한 “긍정적이면서 소극적인 지도자”로 평가된다.
박정희(朴正熙)=5·16 참여는 가난체험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 현실비판적·혁명적 성향이라는 특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위민정치사상과 멸사봉공의 정신에 경도된 “변혁적 지도자”로서 당대 한국의 전반적 국민생활과 구조를 개조하고자 했지만, 관료와 시민사회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자기혁신은 보여주지 못했다.
전두환(全斗煥)=불행했던 성장기에 강한 출세욕으로 자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췄고, 한국적 보스기질과 능숙한 심리전략을 지녔던 “대세주도형 인물”이었다. 폭력적인 정권 탈취와 정치적 전횡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지만, 전통적 인간관계에 충실했던 점은 국민정서와 일치되기도 했다.
노태우(盧泰愚)=6·29선언과 중간평가 파기, 3당합당 등에서 나타나듯 시의적절한 분위기를 잘 이용했던 “대세편승형 지도자”에 속한다. 권력의 분화기에 나타나는 여우형 엘리트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을 합리적 지도자로 부각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김영삼(金泳三)=민주화운동을 통한 높은 정치적 정당성을 가진 “계몽군주형 지도자”로 강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고질적 지역주의·부정부패·친인척비리 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부족해 결국 군주적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대중(金大中)=“실패한 도덕적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대중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지도층,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형성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과거의 권위주의 정치문화를 충분히 약화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한국정치의 고질적 정치불신의 문제를 다음 대통령의 과제로 남겼다.
노무현(盧武鉉)=“의도적 화법을 쓰는 지도자”이다. 단순한 실수나 생각의 모자람에서 나오는 발언들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결과라는 것. 막내로서의 성장과정에서 비롯될 수 있는 ‘두고보자’는 심리적 특성 때문에 한과 화를 많이 담고 있지만 이런 무절제한 언행을 계속한다면 결국 한국 정치문화가 민주적 방향으로 자리잡을 기회는 또다시 무산될 것이다.
- 2003. 10. 14(화) 조선일보 문화 (A21면)

* 성공적인 정치는 지도자에게 달렸다 - 조정관(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
정치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경제적 조건일까? 사회 세력이나 권력 연합의 힘의 크기일까? 적절한 정치제도가 갖는 견인력일까? 아니면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인가? 어떤 정치학자도 이들 중에 순전히 어느 하나의 요인만으로 정치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정치학이 정치과학화되는 과정을 통하여 제도, 구조, 체계를 중시하고 권력 중심적 접근에만 몰두하여 정치엘리트를 단순히 권력추구자로만 이해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리더십적 이해가 소홀하였다는 것은 중론이라고 하겠다.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오랫동안 한국정치사와 리더십 연구에 천착해 온 정윤재 교수는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에서 리더십은 역사적 조건과 제도라는 환경 및 재료를 가지고 실제 집을 지어나가는 건축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좋은 터와 적절한 재료를 가지더라도 건축가의 청사진(비전), 시공의 능력과 순서, 그리고 일꾼을 부리는 장악력이 없이는 집이 지어지지 않듯이 지도자의 "개인적"자질과 역량은 정치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당한 주장이다. 더구나 잘 구비된 필드 매뉴얼(정치제도)이 빈약한 정치발전도상국가들에 있어서는 지도자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기초로 정치리더십에 관한 서구의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그러한 이론 틀을 적용하여 다수의 한국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경험적 사례 연구를 수행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리더십의 특성을 제시하였다.
정 교수는 특히 쓰루타니(Tsurutani Taketsugu) 교수의 이론에 주목하여 해방 한국을 포함한 발전도상국가의 특수한 상황에 필요한 리더십은 강력한 근대화와 사회 안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비전(그리고 의지와 정열), 정치적 안목과 기술, 그리고 정치적인 엘리트 장악력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며, 그러한 관점에서 열 명의 한국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 사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김규식은 헌신적이고 봉사적인 리더로서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정치적 상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세편승형(eventful)"의 정치인으로서 해방정국의 갈라져가는 우파와 좌파, 그리고 남과 북 사이에서 적극적인 합작을 통하여 분단을 막아내는 시대적 사명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조적으로 이승만은 카리스마를 갖춘 적극적인 야심가였고 정치적 기술을 지닌 인물로서 건국기의 혼란 속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승만은 "사상적 깊이와 감정적 넓이"가 남다른 지도자는 아니었고 미국 민주주의의 옹호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지나친 권력욕을 억제하지 못하여 결국 권위주의적 지배와 통치의 붕괴를 경험하고 말았다. 이승만과 대립하는 의회 지도자였던 신익희의 경우는 대한민국의 초기 지도자 중의 한 모범의 사례로 제시된다. 그는 일관된 민주주의적 신념을 기반으로 명분과 원칙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하는 능력을 지녔으며 주변으로부터 존경받는 도덕적 리더십을 기초로 장악력도 남다른 인물로 평가된다.
저자가 선택한 열 명의 지도자 중에 가장 비극적인 사례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나름의 비전은 가지고 있었으나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일천하고 긍정-소극형의 리더십에 그친 장면의 비혁명적 상황 인식과 미비한 능력은 4월 혁명으로 갑자기 찾아온 자유와 민주의 기회를 살려내지 못하고 유산시키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여기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은 박정희이다. 박정흰는 스스로의 체험을 기초로 형성된 조국 근대화에 대한 강한 비전과 의지를 가진 인물로서, 현실 문제에 대하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정책 진단을 제시하고 강력한 집행력으로 뒷받침하였다. 목표 지향적 정책 선택과 강력한(권위주의적) 추진, 현장지도 및 행정조직의 체계적 운용, 능력과 능률 본위의 인사정책, 냉혹한 용인술과 배후조정, 비판세력에 대한 탄압과 일반 국민의 신민적 동원 등은 저자가 지목하는 박정희 리더십의 기술과 장악력의 구체적 항목들이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박정희는 정치발전과 민주화에는 부정적이었지만 근대화 측면에서는 우수한 지도자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박정희를 이어서 군부권위주의 통치를 연장한 전두환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전두환은 단지 현실적인 이해, 즉 출세욕에 연연한 군인으로서 비전을 제시하는 민족적 지도자로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못하였다고 평가한다. 그는 "대세주도형(eventmaking)"이고 "적극-긍정형"의 리더십으로서 불법적 정권 쟁취와 권위주의적 정책 추진 및 경제 성장은 성취하였지만 안목과 기술이 제한적이었고, 따라서 사회발전과 정치의 민주주의 제도화를 이룰 수는 없었다. 전두환에 대비되는 인물로서의 노태우는 "대세편승형"으로서 자신의 비전에 따른 정치의 주도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1987년 6.29 선언과 1988년에 이어지는 5공 청산과 같은 역사 과정을 돌이켜보면, 노태우의 그러한 피동성이 민주화 과정에서 오히려 자칫 민주개혁 및 과거청산에 대한 권위주의 세력의 반발과 파국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가는 대세편승형이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요구이상으로 더 잘 할 수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
근접한 세 명의 대통령들에 대한 저자의 사례 분석은 그 이전의 지도자들에 대한 것과는 달리 단편적이고 제한된 시기에 그치고 있어서 다소 아쉽다. 저자는 김영삼의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분석하면서 "계몽군주"로서의 긍정적 개혁성과 동시에 지도기반의 폐쇄적 행태를 비판한다. 김대중의 경우에는 '제2건국운동'에 한정하여 분석하고 도덕적이고 변혁적인 리더십의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의 직설적 화법과 권위주의의 혁파 측면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자칫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지적을 잊지 않는다.
노태우와 김대중을 다루면서 저자가 강조하고 김영삼과 노무현까지 포함하여 우리가 이해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리더십의 성공 요건은 도덕성과 그것에 따른 교육적 역할이 아닌가한다. 1987년 민주이행 이후 모든 대통령이 빠짐없이 걸려든 덫은 본인 혹은 측근비리의 문제이고 이는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통령의 지도력을 불구화시키는 하나의 상수적인 기제로 자리잡을 정도이다. 지도자 개인 혹은 측근의 비리는 권위를 훼손하고 장악력을 약화시키며 지도자가 제시한 비전이나 정책 목표를 우스개로 만들어 왔고, 사회 전반에 걸쳐 위계와 존경이 무너지고 마구잡이적인 대결과 갈등을 양산하는 데에 일조하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의 출현은 더욱더 우리 정치 및 정치학에서 바른 리더십을 강조할 필요를 일깨워준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옛 가르침은 적어도 지도자나 지도자로의 지망생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철칙이다. 더불어 저자가 사례 연구의 취합을 통하여 한국 지도자들의 공통된 문제로서 제기한 사상적·도덕적·민주적 리더십의 빈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우리의 문제요, 과제가 아닌가 한다.
아쉬운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발표된 논문들을 엮은 저서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들을 이 책 또한 완전히 비껴나가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먼저 제1장과 제3장의 경우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듯이 독립된 글들간의 중복이 반복되는 현상을 수차례 접할 수 있는데, 조금 더 적극적인 편집이 이루어졌다면 본문만 577쪽에 달하는 이 책의 부담스런 두께를 많이 덜어낼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 무려 반세기에 걸친 시간에 걸쳐 열 명에 이르는 각각의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의욕적인 사례 연구들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마당에 그 성과를 경험적으로 종합하여 한국 리더십 연구의 하나의 개념 틀을 정리하여 주는 작업이 부재한 것도 아쉽다. 물론 이러한 평자의 불평은 그런 추가적인 과업이 요구하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의 소요에 대한 고려를 애써 모른척하며 덧붙여 본 것에 불과하다. 한국정치의 역사와 명멸해간 지도자들에 대한 보다 풍부한 지식과 비판의 눈을 갖고자 하는 독자 누구에게나 정윤재 교수의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일독을 권유하기에 충분한 역작이다. 그리고 현역 정치지도자나 그 지망생 및 한국 정치학도에게는 필독서라고 하겠다.
- 서평문화 제52집 (2003년 겨울) p.79~84
제1부 정치리더십과 근대국가의 발전
제1장 현대정치학과 정치리더십
제2장 마키아벨리와 정치발전
제3장 제3세계 발전에 대한 정치리더십 접근 시론

제2부 한국현대사와 정치리더십(Ⅰ)
제4장 김규식의 합리적 리더십 재검토
제5장 이승만 대통령의 카리스마적 권위
제6장 신익희의 민주적 정치리더십 분석
제7장 장면 총리의 정치리더십과 제2공화국의 붕괴
제8장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리더십

제3부 한국현대사와 정치리더십(Ⅱ)
제9장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리더십
제10장 노태우 대통령의 정치리더십
제11장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리더십의 성격과 한계
제12장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시민사회 건설의 과제
제13장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의 정치문화

제4부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
제14장 정치리더십과 민주주의의 제도화
제15장 출생순서와 리더십 스타일, 그리고 한국정치
제16장 새로운 의회정치 지도자상과 의회제도
제17장 한국사회의 발전과 대통령의 자질
제18장 맺는 말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 지은 책으로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 [다사리 공동체를 향하여: 민세 안재홍 평전] 등이 있다. 세종의 정치리더십 연구와 민세 안재홍의 다사리 국가론을 심층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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