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제
청년실업, 88만 원 세대
중장년층, 베이비부머의 위기
노후의 불확실성
언제부턴가 ‘일’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조직이 해체되고,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직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일을 둘러싼 모든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전통적인 직장에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직장이여, 안녕!
조만간 나인 투 식스(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전통적인 직장을 가리키는 용어)는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회에서 나인 투 식스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조직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20세기의 전통적인 의식에 너무 메여 있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개개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맞춤솔루션 가이드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신 우리 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에 대해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한다. 왜 청년실업자가 늘고 있는지, 청년실업의 문제와 베이비부머의 은퇴 문제가 왜 맞물려 있는지, 맞벌이 부부가 왜 가사와 육아 때문에 고민하는지에 대해 매우 거시적인 시점에서 조망한다.
저자는 마치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 답답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애초에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은 어떤 분명하고 구체적인 처방이나 해결책을 지향하여 쓰인 것은 아니다. 그러한 부분은 저자의 능력을 넘어설 뿐 아니라 그와 관련하여서는 좀더 왕성하게 사회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토론하고, 다양하게 논의되는 과정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다만 그러한 토론의 하나의 작은 화두로서 쓰인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사실 이 문제는 단순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개개인은 다만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여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야 할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장과 일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직장이여, 안녕!’은 제목 때문에 사장님들로부터 불온서적으로 취급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제목은 이직이나 퇴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제목은 ‘전통적인 직장의 개념이여, 안녕’이다. 전통적인 직장이라는 틀을 벗어나자는 의미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 즉 관료제가 해체되고 있고,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적인 직장의 끈을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우리에게 이제 ‘쿨’하게 이별을 고하라는 의미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승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말고 미리 미리 변화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가 마치 “괜찮아,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러나 피하지는 마. 우리가 헤쳐 나갈 현실이야.”라고 위로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변화하는 현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변화가 두려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저자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공감하고 고민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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