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지향 - 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

이태희 지음

판매가(적립금) 35,000 (1,750원)
분류 나남신서 94370
판형 신국판
면수 728
발행일 2010-12-10
ISBN 978-89-300-8532-8
수량
총 도서 금액     35,000
구글은 2009년 12년 구글코리아의 초기화면을 한국형으로 개편했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토종 포털들이 쌓아온 견고한 아성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색창 하나만 노출되던 기존 초기화면을 버리고, 검색창 아래에 ‘이 시간 인기토픽’ ‘인기블로그’ ‘화제의 인물’ 등 3가지 섹션을 추가해 국내 포털과 유사한 형태의 ‘한국판 구글’을 만들었다. 첫 화면을 세계공통의 디자인으로 고수해 온 구글이 세계시장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참담한 패배’를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판 구글’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년이 채 안된 2010년 9월 구글코리아는 다시 글로벌 기준인 ‘검색창’ 화면으로 복귀했다. 구글코리아의 초기화면 교체와 환원의 해프닝은 한국 포털의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포털이 구글과의 경쟁에서 국내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산업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문화 등 인문학적 관점에서 그렇다. 구글은 ‘표현의 자유’를 신앙처럼 표방하며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지만, 자유로운 검색에만 집착할 뿐 정작 표현의 자유가 살아 숨쉬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어떻게 구체적인 서비스로 구현할지에 대해선 그다지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썰렁한 구글의 초기화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검색을 통해 정보를 해방시킨다는 생각은 완결형이 아니다. 검색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교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포털들은 표현촉진적이고 시장 참여적인 사상의 자유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우리 포털들이 구글과의 경쟁에서 고사됐다면, 최적의 사상의 자유시장을 위해 고안했던 다양한 실험들은 시도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인터넷과 포털을 사상의 자유시장의 관점에서 조망한 언론학 해설서다. 동시에 인터넷 규제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판례를 분석한 사이버스페이스 상의 법률서적이기도 하고, 포털의 발전사에 대한 기록과 통찰을 담은 글이기도 하다. 필자는 인터넷이 인류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역사 속에 잠들었던 사상의 자유시장을 다시 일깨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털은 필자가 인터넷에서 발견한 가장 최적의 사상의 자유시장이다. 
이 책은 필자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대(UNC-CH)의 저널리즘스쿨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처음 구상을 시작했다. 언론법 세미나 시간, 야후나 AOL과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너무나 관대한 미국 법원과 의회의 태도에 호기심을 느끼고 이유와 논리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다. 그런데 2006년 7월 귀국해서 본 한국의 포털들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정치권에서 난타당하고, 여론에도 몰리고, 어느덧 IT업계에서도 ‘공룡포털’로 네이밍이 되고 있었다. 잔뜩 위축된 포털은 ‘언론성’을 부인하며 방어에 급급했다.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과 포털이 지닌 인문학적 가치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저널리즘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인터넷의 구조가 어떤 것인지, 정부와 의회, 법원이 인터넷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왜 그런지에 대해 짚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1장은 사이버 자유주의와 규제주의로 대변되는 인터넷에 대한 상반된 두 시각을 설명하며, 미국과 중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제2장은 밀턴에서부터 올리버 웬델 홈즈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과 이에 대한 비판들을 살펴보고, 인터넷이 어떻게 사상의 자유시장을 부활시켰는지에 대해 국내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제3장은 필자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원 재학 시절인 2005년 전미신문방송교육학회(AEJMC) 컨퍼런스에서 2등상을 수상한 “No Creation, No Liability: Should ISPs’ News Portals Enjoy Blanket Immunity from Defamation Suits?”라는 논문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의 판례를 통해 통신품위법의 ISP 면책규정의 문제점을 추적한 논문으로 미국의 저널인 Communication Law & Policy에 게재됐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석사논문으로 발전시켰고, 이를 다시 정리했다. 
제4장에선 한국에서의 인터넷 포털을 둘러싼 논쟁들을 소개하며 사상의 자유시장으로서 포털이 지닌 다양한 장치들을 평가하고, 포털이 초기 화면과 서비스 변화를 통해 어떻게 언론성을 강화해 왔는지 실증했다.
제5장에선 인터넷 규제 등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와 학설들을 비교하고,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 등에 관한 포털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판례들을 비교 분석했다.
제6장에선 2010년부터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모바일 혁명이 포털과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사상의 자유시장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포털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사상의 자유시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짚어 보았다. 
사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새로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을 실제 인터넷에 적용하고 포털에 연결시킨 실증적 연구는 처음일 것이다. 또 미국의 통신품위법 제정을 둘러싼 보수적 이데올로기의 동부 진영과 실리콘밸리가 있는 서부의 진보적 정치진영의 치열한 입법 논쟁, Zeran v. AOL 판결 이후 벌어진 미국 법원의 법리논쟁 등에 대한 소개도 국내 인터넷 논쟁의 수준을 높이는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4장의 ‘헤드라인 저널리즘’에 관한 논의는 모바일 혁명으로 SNS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사실 필자가 처음 이 책을 구상했을 때는 대학교재용 전문서적으로도 읽힐 수 있고,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저널리즘 취향 대중서적의 중간적 형태를 만들려 했다. 그러나 막상 써놓고 보니 아무래도 기자 출신 연구자의 과욕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소소한 실수나 논리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길 부탁드린다. 필자가 이 책에서 주장한 많은 주장과 논리들이 저널리즘과 인터넷 문화 발전에 조그만 보탬이 되길 희망하며, 보다 엄밀한 학문적 연구가 뒤따라 줬으면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08년 출간했어야 하는 책인데,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으로 직업을 바꾸면서 2년이 더 걸렸다. 책을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위눌린 시간들이다. 이제는 글의 감옥에서 해방이다. 책을 출간하면서 감사할 분이 너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터넷 시장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모바일 혁명의 한가운데 설 기회를 주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님께 감사드린다. 이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주고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은 나남 조상호 사장님, 지도교수였던 UNC의 Ruth Walden 교수님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휴일에도 책만 쓰는 아빠를 불평 없이 지켜봐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1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선정

머리말
프롤로그┃인류가 발견한 가장 참여적인 ‘사상의 시장’
 
제1장┃인터넷을 바라보는 3가지 시각
1. 인터넷 규제의 상대성
2. 인터넷에 대한 상이한 접근법
 
제2장┃사상의 자유시장 이론과 인터넷
1. 고전적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과 표현의 자유
2. 인터넷과 함께 부활한 사상의 자유시장
 
제3장┃미국의 인터넷 규제 논쟁
1. 서론: ISP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미국
2. 미국의 명예훼손법에 관한 배경지식
3. 통신품위법과 미국 국회의 ISP면책 논쟁
4. 이익단체들의 역동적 역할
5. ISP 면책, 미국 법원의 두 시각
6. 결론 321
 
제4장┃한국에서의 인터넷포털 논쟁
1. 언론으로서 포털의 정체성 논란
2. 포털과 헤드라인 저널리즘
 
제5장┃인터넷 명예훼손 법리 논쟁과 포털 규제
1. 인터넷포털 및 ISP에 대한 규제
2. ISP의 법적 책임에 관한 쟁점과 판례들
3. 인터넷 업계를 뒤흔든 미니홈피 자살사건
 
제6장┃모바일인터넷 혁명과 포털의 미래
1. 포털의 서비스 모델의 위기
2. 포털의 생태계의 위기
3.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시장의 위기
 
에필로그┃다 못한 이야기
1. 변화의 지향
2. 익명사회, 실명사회
3. 자율규제와 사법통제
찾아보기
 

 

이태희
 
1991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School of Journalism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일보〉에서 17
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법조팀장, 국회팀장, 정치부 차장 등을 거쳤고, 2008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 미국의 학술지 Communication Law and Policy 가을호에 Robert G.
Magee(Virginia Tech) 교수와 인터넷 규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일보〉
기자 시절 문민정부 사정 비사 시리즈를 6개월간 연재했고, 이를 다른 문민정부
비사와 묶어 《대통령과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숙명여자대학에 1년간 출
강했다.

 

prev next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