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사고 그리고 실재

벤자민 리 워프 지음 신현정 옮김

판매가(적립금) 25,000 (1,250원)
분류 학술명저번역총서(학술진흥재단) 94700
판형 신국판
면수 440
발행일 2010-11-10
ISBN 978-89-300-8511-3
수량
총 도서 금액     25,000

벤자민 리 워프(Benjamin Lee Whorf, 1897~1941)는 언어상대성 가설 또는 사피어-워프 가설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언어학자다. 그의 주장은 심리학개론서에서도 논의할 만큼, 인간의 자연언어를 주요 연구영역의 하나로 삼는 여러 학문분야에서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언어상대성 가설은 독일의 언어학자인 헤르더(Johann Gottfried von Herder, 1744∼1803)가 ‘민족정신은 언어에서 나타나고, 동화, 민요, 풍습 등에서도 창조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언어는 인간 지식에 그 윤곽과 형태를 부여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싹트기 시작하여 훔볼트(Karl Wilhelm von Humboldt, 1767~1835)를 거쳐 20세기에 들어와 미국의 사피어(Edward Sapir, 1884~1939)와 워프에 의해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피어에 따르면, 인간은 보통 생각하듯이 객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해서 살고 있다. 언어는 단순한 표현수단을 넘어서는 것이다. 실세계란 언어습관의 기초 위에 세워지는 것이며,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세계를 분할하여 보고 듣고 경험한다. 이에 덧붙여 워프는 언어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양식을 만들어간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객관적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서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 책(Language, Thought and Reality, 1956)은 워프의 때이른 서거 후에 그의 친구이자 언어심리학자인 캐롤(John B. Carroll)이 워프가 남긴 수많은 글들 중에서 18편의 논문과 서한문을 선정하여 필요한 경우 약간의 수정을 가하여 편집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공학자인 체이스(Stuart Chase, 1888~1985)가 서문을, 그리고 편집자인 캐롤이 워프의 전기(傳記)에 해당하는 서론을 쓰고 있다. 이 책은 2000년에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인지과학센터(Center for Cognitive Sciences,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선정한 ‘지난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업적 100선’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는 워프가 언어상대성 가설을 제기한 것으로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차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워프는 심리학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마야어와 아즈텍어, 그리고 호피어와 쇼니어 등을 비롯한 아메리칸 인디언 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서 언어와 사고 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정연하게 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언어를 다루는 여러 학문분야에서 워프의 언어상대성 가설을 소개하며 이 책을 인용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 책을 직접 읽고 그의 주장을 논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워프의 주장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종족의 언어에서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어휘의 수가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워프가 언어상대성 가설을 주장하게 되었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예컨대, 이누이트족(에스키모)의 언어에는 ‘눈’(영어의 snow)에 해당하는 어휘가 수백 개나 존재하고, 동남아시아의 특정 언어는 쌀을 지칭하는 어휘의 수가 수십 개가 있으며, 중동에는 낙타를 지칭하는 어휘가 상당히 많다는 등의 주장이다. 물론 언어에 따라서 특정 대상을 나타내는 어휘의 수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워프는 인간 사고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단순히 어휘의 수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워프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고급 마음의 체계적이고 배열적인 본질로 인해서 언어의 “패턴” 국면은 항상 “어휘 생성” 또는 이름부여 국면을 압도하며 제어하게 된다. 따라서 특정한 단어의 의미는 우리가 즐겨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 말의 핵심이며,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등식과 함수가 수학의 진정한 본질인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어떤 단어이든지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모두 오류를 범하고 있다.…아무튼 우리는 단어가 비록 저급 수준의 개인적 마음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변인 기호의 상반되는 극단, 즉 단어는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주어진 대상을 표상하고 한 변인에서 오직 하나의 값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저급 마음조차도 언어의 대수학적 본질을 포착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는 순수한 패턴을 나타내는 변인 기호와 고정된 양 사이에 위치한다. 단어에 들어있으며 우리가 “참조”라고 부를 수 있는 의미의 부분은 단지 상대적으로만 고정된다. 단어의 참조는 그 단어가 출현하는 문장과 문법패턴에 의해서 좌우된다.…단어 참조에서 우리는 크기를 크기 유목―소, 중, 대, 거대 등―들로 분할하여 다루게 된다. 그렇지만 크기는 객관적인 유목으로 분할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성의 연속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크기를 항상 유목의 집합으로 생각한다. 언어가 경험을 이러한 방식으로 분할하고 명명해왔기 때문이다. 숫자 단어는 센 것만큼의 숫자를 참조하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인 경계를 가지고 있는 숫자 유목을 지칭할 수 있다. 따라서 영어의 ‘a few’(소수의)는 참조물의 크기, 중요성 또는 희귀성 등에 따라서 그 범위를 조정한다. ‘소수의’ 왕, 군함, 또는 다이아몬드는 단지 서너 개일 수 있으며, ‘소수의’ 콩, 물방울, 또는 찻잎은 삼사십 개일 수도 있는 것이다(제18장 언어, 마음, 그리고 실재. 385~386쪽).
언어와 사고(인지) 간 관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물음은 소수의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간단한 것이 물론 아니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언어상대성 가설은 이 물음에 대한 한 가지 접근이며, 오늘날까지 상당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외에도 언어행동과 사고는 동일한 것이라는 행동주의적 관점(John B. Watson), 인지발달이 언어발달을 결정한다는 인지보편적 관점(Jean Piaget), 언어와 인지는 독립적이며 언어는 단원적(modularity)으로 처리된다는 독립적 관점(Noam Chomsky, Jerry Fodor), 언어와 인지의 뿌리는 다르지만 둘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적 사고가 이루어진다는 상호작용적 관점(Lev S. Vygotsky) 등이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어떤 관점만이 옳고 나머지는 그르다거나, 어느 것이 보다 우수하다고 판정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든 관점들이 언어와 인지 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물음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워프의 글들도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ㆍ옮긴이 머리말
ㆍ추천인 머리말 / 스튜어트 체이스
ㆍ서론 / 존 캐롤 
ㆍ아이디어의 연계에 관하여 
ㆍ심리학에 관하여 
ㆍ멕시코와 마야의 날짜 기호를 결합한 중앙 멕시코 비문 
ㆍ호피어 동사의 즉시상과 분절상 
ㆍ우주에 대한 아메리칸 인디언의 모형 
ㆍ원시 공동체에서의 사고에 대한 언어학적 고찰 
ㆍ문법범주 
ㆍ호피 언어학 해설 
ㆍ호피어의 몇몇 동사범주 
ㆍ언어: 정렬 계획과 개념화 
ㆍ습관적 사고 및 행동과 언어 간의 관계 
ㆍ쇼니어 어간 합성에 대한 게슈탈트 기법 
ㆍ마야 상형문자의 언어학적 부분의 해독 
ㆍ호피 건축물 용어에서의 언어학적 요인들 
ㆍ과학과 언어학 
ㆍ엄정과학으로서의 언어학 
ㆍ언어와 논리 
ㆍ언어, 마음, 그리고 실재 
 

벤자민 리 워프
(Benjamin Lee Whorf, 1897~1941)
 
벤자민 리 워프는 언어상대성, 즉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가설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언어학자다. 이 가설은 자신과 스승의 이름을 따서 흔히 “사피어-워프 가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워프는 MI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화재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말년에 언어학 연구에 몰두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호피어 문법, 나와틀어 방언, 마야 비문 등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최초로 유토-아즈텍어를 재구성하고자 시도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언어체계가 그 언어사용자의 사고체계와 습관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다룬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신현정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저서로《개념과 범주화》(아카넷?2002),《언어심리학》(학지사ㆍ2003ㆍ공저),《인지심리학》(학지사ㆍ2009ㆍ공저)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역동적 기억》(시그마프레스ㆍ2002),《심리학의 오해》(혜안ㆍ2003),《사회인지》(박학사ㆍ2010) 외 다수가 있다.
prev next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