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누가와

단이리 지음

판매가(적립금) 14,000 (700원)
분류 나남창작선 창작 86
판형 신국판
면수 472
발행일 2010-04-20
ISBN 978-89-300-05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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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4,000
  2010년, 경술국치 100주년. 한일 정계의 과거와 오늘을 묻다.
 
  2010년, 한일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으로부터 국권과 주권을 빼앗겨 정확히는 ‘국치’(國恥)로 이르는 식민통치기는 그로부터 무려 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 역사의 아물지 않은 상처이자 허물어지지 않은 장벽이다. 익명의 작가 단이리는 그 시간을 소설로 재편집한다. 소설《기누가와》(鬼怒川)는 2010년,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한일 양국의 화해되지 않은 과거사의 한 단면을 조명하고 이를 풀어낸다.
 《기누가와》는 한국의 국회의원 ‘박민자’라는 인물이 살인을 당하면서 추동한다. 하지만 예의 추리물과는 달리 살인범이 이미 밝혀진 가운데, 그렇다면 그녀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가는 데 소설적 진의와 흥미가 있다. 주인공 박민자는 민주투사를 표방하는 한국의 국회의원으로, 1910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부터 유린당한 국권과 인권문제를 재정리하기 위해 혁신단체 ‘국찬모’(일본의 대한제국 국권찬탈을 규탄하는 국회의원의 모임)를 창궐한다. 국찬모는 한일병탄조약 체결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10년 8월 22일,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대대적으로 비판하고 항거하기 위해 동경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거행하기로 한다.
  그러나 박민자는 이 집회를 위해 방문한 일본에서 예고 없이 죽어버린다. 사건에 대한 관심은 죽기 전날 밤, 그녀가 일본인 호스트와 동침했다는 데에서 촉발한다. 그리고 사건 조사결과, 그녀를 죽인 범인이 한낱 일본인 실업청년이라는 데에서 소설은 처음 표방하는 듯 했던 정치, 추리소설의 범주를 빗겨간다. 그는 누구인가? 왜 박민자를 죽였을까?
이념과 욕망, 두 개의 메타포를 통해 들여다보는 한 정치가의 인간적 고뇌
  소설은 언뜻 정치인을 둘러싼 가면과 위선, 이를 증오하는 반대세력의 음해가 표면을 이루는 듯하다. 그러나 죽이고 죽임당하는 이들의 기억과 상처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이 실상 의중에 두고 있는 것은 각 인물들의 정신적 외상(外傷)에 얽힌 비화임을 어렵지 않게 포착하게 된다. 주인공들은 모두 유년기의 도착적 성(性)경험에 연계되어 있다. 근친상간과 외도, 도착적 쾌락으로 위시되는, 시대가 금지하는 사랑에 표박되어 끝없이 자신을 속이며 분열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내밀하고도 행복한 기억이지만 세상과 시대라는 대타자의 인정을 받지 못한 기억은 철저히 부정되고 낙인되는 것이다.
  왜곡된 기억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프레임이 되어 세상을 온전히 보는 일을 방해한다. 정치적 이념과 소신으로 시작한 모든 실천들에 잊은 줄 알았던 과거의 감각이 틈입하고, 이는 주체적 삶을 향한 걸음걸이를 불구로 만든다. 작가는 욕망과 이념을 추에 달고 그 무게를 가늠하며 둘 사이의 틈새로부터 인간 내면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치유 받지 못한 수 없는 상처를 환산해낸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타협할 수 없는 욕망을 천착하며 이데올로기의 허위성에 대해 고발한다. 국찬모 운동의 허술함, 박민자를 위시한 진보계 인사들의 가식과 위선을 통해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은 이념과 행위의 진정성에 대한 심문인 것이다.
  조선의 근대와 주체성에 대한 논란은 한국 역사의 변함없는 아킬레스건이다. 한일병탄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 정계의 사정과 입장으로 되돌아가는 이 가상의 여로(旅路)를 통해 한국의 근대를 다시 사유하고 역사의 방향과 미래를 구상하길 바란다.
서울 출생. 미국,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일해 왔으며 지금은 정치, 경제, 역사를 융합하는 소설 창작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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