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이형! 뉴스 좀 똑바로 하세요.” 알고 지내는 한 후배가 여러 해 전 문득 던진 말이다.… 방송뉴스 기사가 얼핏 듣기에도 아주 엉망이라는 불만이자 원망이었다. 뉴스를 보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비문이 있는가 하면 써서는 안 될 듯한 단어가 툭툭 튀어나온다는 설명이었다.… 방송이나 신문과 아무 관련이 없고 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시청자의 지적이었기에 더욱 뼈아팠다. ―머리말 중
방송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잘못된 언어습관을 바로잡고자 현직 방송기자가 팔을 걷었다. 저자는 방송 3사의 TV 종합뉴스 원고를 찾아 읽으면서 흔하게 잘못 쓰이는 표현 85가지를 골라 정리하고, 그 중 55개 꼭지에는 사회 현안에 대한 짧은 칼럼을 실었다. 이 책은 바르고 편한 방송언어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뿐 아니라,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닌 ‘기사를 읽는 기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준다.
바르고 편한 방송언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방송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방송뉴스의 품질은 그래서 중요하다. 사실을 정확히,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 심층취재를 통해 현상의 뒷면을 파헤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뉴스의 존재 이유이자 기본 명제이다. 이 명제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 꼭 지켜야 하는 다른 하나가 기사를 바른 우리말로 쓰는 것이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문장, 유래조차 알 수 없는 그른 표현, 아름다운 우리말 대신 한자어와 외래어로 범벅된 기사는 안 된다. 더 쉽고 더 아름답고 더 편한 우리말을 잘 살려 기사를 쓰는 것은 방송기자의 마땅한 의무이다. ―머리말 중
이 책은 올바른 국문법과 일상언어를 바탕으로 방송뉴스에서 흔히 잘못 쓰이는 표현을 바로잡고, 좋은 방송언어의 다양한 예를 소개한다. 일반 대중이 매일 접하는 가장 가까운 매체이니만큼, 방송뉴스는 정확하고 반듯한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이 엿보인다. ‘흔히 잘못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틀린 표현이 우리 입과 귀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이를 바르면서도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고쳐 쓰는 것은 저자의 진지한 노력과 성실한 고민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이 같은 방송언론 종사자뿐만 아니라 바른 언어사용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 그리고 나아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지도 모르는 스스로에게 채찍이자 거울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도 더 알맞은 표현, 글쓴이의 개성이 묻어나는 표현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바른 언어 지킴이의, 그리고 기자의 미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사 밖의 기자
뉴스 원고를 찬찬히 읽다보니 문득 현안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뭔가 발언하고 싶은 욕구가 인 것이다. 기자는 기사로만 말하는 거라 배웠는데, 기사를 쓰는 처지가 아니라 읽고 보고 듣는 처지가 되자 자연스레 생긴 새로운 욕구였다. ―머리말 중
책을 준비하기 위해 “그날그날 방송 3사의 TV 저녁 종합뉴스의 원고를 찾아 읽고 전에 기록해 둔 (틀린 표현)목록과 비교하고 관련책도 참고하면서” 저자는 “사회 현안에 대해 뭔가 발언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곱씹는 뉴스, 고쳐 쓰는 기사”의 55개 장에 얹힌 욕구, 쉽게 읽히지만 한 개인의 진실성이 묻어나는 55개 칼럼은 언론인이 쓴 책《형! 뉴스 좀 똑바로 하세요》가 갖춘 또 하나의 미덕이다. 칼럼은 짧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기사 밖(혹은 언론사 밖) 기자 개인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칼럼에 이어 칼럼의 주제와 그 장에서 소개할 틀린 표현이 포함된 기사 인용문이 실려 자연스럽게 바른말 설명으로 넘어가는 것 역시 이 책의 장점이다.《형! 뉴스 좀 똑바로 하세요》는 오랜 기자생활의 연륜이 묻어나는 구성과 언어와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이 낳은 흥미롭고 속 깊은 책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영상 드라마’의 파워로 흘러가려는 TV뉴스에 정색을 하고 방송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자고 외치는 정직한 프로근성”이라고 평하면서,《형! 뉴스 좀 똑바로 하세요》에서 보이는 저자의 투철한 책임의식을 비롯하여 정확한 방송언어 구사를 위한 정열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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