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차 청소년 권장도서(2007년 3월) - 간행물윤리위원회
균형 잡힌 시각과 논리로 우리 사회 각종 쟁점의 분석현장에 섰던 사회학자 송호근의 칼럼집. 사회학자 송호근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6년 현재까지《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 등에 기고한 칼럼 중 총 108편을 엮은 이 책은 정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부터 사회, 경제, 문화, 세계 등 전 분야에 대한 열린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사회학적 관점에서 문학을 고찰한 제3부 “두 개의 초상”에서는 문학에 다가서는 사회학자의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명칼럼니스트의 통렬한 외침 : 칼럼니스트는 늑대가 되어야 한다
수많은 칼럼을 쓰면서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사회학자 송호근이 드디어 글에 감정을 쏟아냈다.《다시 광장에서》의 머리말 “검객과 늑대”에서 칼럼쓰기를 폄하하는 사람들, 칼럼쓰기에 혼을 싣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가한 것. 그는 소설가에게 소설이 운명이듯 칼럼니스트에게도 칼럼이 운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칼럼은 조선시대 세상을 논하던 선비의 글의 연장선이며, 지식인의 현실참여의 창구이므로 그 안에 자신의 혼을, 모든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칼럼을 어떤 자세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칼럼쓰기의 기본을 전하며 칼럼니스트가 경계해야 할 ‘권력욕’을 꼬집는다. 일반 소설가는 쉽게 얻을 수 없는 문화권력, 메이저 신문에 칼럼을 쓰는 순간 수백 만 독자를 감흥시킬 권력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며 칼럼니스트는 검객이 아닌 논객과 늑대가 되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칼럼니스트는 흔히 말하듯 논객(論客)이기는 하지만 검객은 아니다. 폭력을 밀쳐내야 하고, 폭력이 지향하는 권력을 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2년 권력교체가 일어난 이후 공론장이 검투장처럼 변한 이유는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이 권력욕에 매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필자 스스로도 ‘자유민 되기’를 허용하지 못하는 글이 어떻게 공론장의 독자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광장을 합류와 축제의 장소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반성이 대부분 나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 머리말 “검객과 늑대” 중에서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우리 사회의 현주소 :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다시 광장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2006년 현재까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쟁점은 무엇인지 확인하게 한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전 분야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1부 “다시 광장에서”는 2005년과 2006년의 칼럼을 모은 것이다. 이 안에는 2006년 5·31지방선거의 무관심과 독일월드컵의 흥분,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치 현실의 안타까움, 대통령에 대한 진언이 담겨 있다. 특히 2005년 말 온 국민을 공황상태로까지 몰아넣은 황우석 사태에 대한 저자의 심경변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그도 처음에는 권력을 휘두르며 위대한 과학자를 죄인으로 둔갑시킨 방송계를 질타하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한 마음의 변화가 바로 국민의 것이었다.
2부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고 있다”는 2002~2004년의 칼럼이 담겨 있다. 이 시기에 한국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해 최초로 실시한 국민경선제와 인권운동가 출신 대통령의 선출, 이후 대거 등장한 386세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그러나 곧 벌어진 대통령탄핵은 웅크리고 있던 국민을 깨웠다. 국민의 분노를 샀던 대통령탄핵 사건의 우려와 그 이후의 기대를 담은 칼럼은 3년여가 지난 지금의 정국과 대조를 이룬다.
4부 “DJ 노믹스에 DJ가 없다”는 김대중 대통령 시기를 논한다. IMF 체제로 인해 전 사회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위기와 언론개혁, 세제개혁, 주5일제 실시 등을 둘러싼 갈등,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관한 칼럼은 그 당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5부 “낙오자를 끌어안는 사회”는 사회와 문화 분야를 아우른다. 히딩크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던 2002년 월드컵의 감동과 흥분이 담긴 칼럼은 다시 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반면 경제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문화의 더딘 행보에 대한 비판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6부 “의료개혁유감”은 말 그대로 1990년대 말부터 실시된 의료개혁에 관한 칼럼을 모았다.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의약분업의 강행을 요구할 때 반대편에 섰던 송호근의 글은 갈등에 묻혀 보이지 않았던 의료개혁의 본질을 꿰뚫어본다.
우리 사회 대표 논객의 문학칼럼
3부 “두 개의 초상”은 저자 송호근이《조선일보》에 매주 연재했던 문학칼럼을 선별한 것이다. 간결한 문장과 명쾌한 논리로 우리 사회의 대표 논객이 된 그가 쓴 문학칼럼은 감탄이 나올 만큼 감성적이다. 고산 윤선도에게서는 한쪽엔 정치를, 한쪽에는 문학에 발을 담근 두 개의 초상을 보았으며, 시인 김수영에게서는 암울한 1970년대를 건너는, 어둠 속의 휘파람을 들었다. 백석에게서는 혁명의 냄새를 피우는 자작나무숲을 발견하고, 또 다른 글에서는 문학에 내재한 바람을 좇는다. 감성과 지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송호근의 문학칼럼은 그가 왜 명칼럼니스트로 꼽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줄 것이다.
바람에는 파괴의 힘이 숨어 있고, 화해와 관용의 기호가 생성되고, 욕망과 허무가 교차한다. ‘문학한다는 것’이 자유로운 영혼을 향해 끝없이 걷는 여로(旅路)라면, 그 길에 부는 바람은 모순의 꽃이자 부조리의 언어, 문학 그 자체일 터다. - “바람과 문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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