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

서종택 지음

판매가(적립금) 25,000 (1,250원)
분류 나남문학선 41
판형 신국판
면수 686
발행일 2004-10-10
ISBN 89-300-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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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25,000
대학 문예창작과의 교수이자 작가인 서종택의 문학인생을 담은 작품과 비평을 모았다. 이 문학선에는 작가가 1969년《월간문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을 당시의 작품인〈수렁〉에서부터 〈백치의 여름〉까지의 중단편 소설들과 각종 신문, 잡지, 인터넷사이트, 전시회의 글, 미출간 원고 등 그간 작가가 틈틈이 발표한 산문들 그리고 학교에 재직하면서 작가로서의 삶에서 외도한 기간 동안 썼던 문학에 대한 평론이 들어있다.
문학교수와 작가는 이혼하지 못한 부부처럼 불행한 관계라는 작가의 말은 그의 문학적 경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로서 혹은 강단에서 교수로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야했던 그의 삶의 여정이 소설작품뿐 아니라 산문에도 나타난다.
스스로 허기(虛氣)를 일찍 배웠다고 말하는 작가는 그 허기가 글을 쓰는 동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평론가들의 말하는 서종택 문학에 묻어 있는 삶의 무상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에 따른 허무감은 바로 그 허기의 소산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인간이 본연적으로 처한 상황에서 오는 고독과 허무와 외로움일 것이다. 인간적 상황은 철학적인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차원으로 연결된다. 어두운 가족사에서 연유하는 비애감이나 한국의 어지러운 현대사(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사건들)의 굴절된 모습에서 오는 절망이 그의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작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거나 경험한 사람들이 가지는 동료애적 기쁨과 아픔 같은 것이 녹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원초적이고 역사적인 상흔들을 그려내고 형상화하는 작업은 작가들마다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의 문학적 작품의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삶의 페이소스 혹은 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관통하는 쓸쓸하고 우울한 분위기, 좌절과 허무의 어두운 정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작중인물들 간의 대화에서 유쾌한 웃음과 기지로 탈바꿈되어 나타난다.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기지와 유머가 밑바탕에 깔린 삶의 페이소스 혹은 우울과 서로 조화되기 어려워 보일지 모르지만, 서종택의 문학에서는 잘 융합되고 있으며, 그것이 그의 작품을 읽는 재미를 선서할 것이다.
작가는 그 데뷔작이기도 한〈수렁〉을 통하여 음모와 기교가 마침내 빠져들게 될 허무의 세계를 형상화했고, 〈미친개〉로는 되살아온 독재의 망령을 현현시키고자 했으며, 〈원무〉에서는 기다림이 존재하지 않는 비속한 세계 속으로 질주해 가는 한 청년의 절망을 삶의 반복되는 춤으로 그렸다고 말한다. 이외에〈벽〉,〈겨울행〉,〈임부〉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이데올로기나 관습의 벽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고 있는가를 그리려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학적 상상력의 심미적 형상화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명제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서종택의 문학은 역사라는 육중한 것들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기보다는 개인적 삶의 서정적 스케치에서 출발, 역사적 사건을 육화시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백치의 여름〉은 이런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적 비극은 개인의 삶을 왜곡하고 파멸시키는데 그 형상화의 방식은 섬세한 문체와 서정적 서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작가의 작품을 인식이 아닌 공감하는 것에 한층 효과적인 길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우리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 작가 자신의 학문적 세계에서 익어온 지난 35년간의 고민과 논의들, 그리고 변시지, 황석영, 김용익, 오정희 등 문화예술인에 대한 평론 또한 읽는 재미와 정보를 줄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원초적인 상처나 역사적 비극이 개인에게 남기는 상흔을 다루는 이유는 문학이 인간들에게 할 수 있는 역할을 묵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사람들의 상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보다는 아마도 함께 아파하고자 해서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문학작품이 인간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문학작품이 갖는 최고의 영예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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