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필기행 : 들꽃길 달빛에 젖어

민병욱 지음, 박수룡 그림 지음

판매가(적립금) 14,000 (700원)
분류 나남양서 59
판형 신국판 변형
면수 318
발행일 2003-12-05
ISBN 89-300-20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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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14,000
책 머리에...
왜 쓰고 그렸는가
2001년 늦가을 박수룡 화백이 나를 찾아왔을 때만 해도 나는 화필기행 류의 글쓰기는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박수룡 화백은 엄숙하게,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사람들이 다 떠나요. 이름도 낯선 몰디브나 피지로 몰려가고, 태국 중국은 이웃집 마실가듯이 다녀와요. 진짜 좋은 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우리의 <화필기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 화백의 순수한, 어찌보면 아기같은 애국심이 그 자신은 물론 나까지 대한민국의 산과 강, 들과 바다를 헤집고 다니게 만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십 년 넘게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공연히 비분강개하거나 누가 봐도 뻔한 정의를 새삼 일깨워 주는 따위의 글에 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써보지 않은 기행문이라니…. 발품 팔아 자연을 보고 벗을 느끼며 그립고 따스하고 이쁜 점, 찬란하거나 흐드러지며 교교한 부분들을 콕 집어내 보이라니….
박 화백은 강산의 아름다움에 덧붙여 사람살이의 정겨움도 함께 그리고 써보자는데, 사실 나는 기가 탁 질렸다. 두려웠다. 현장기자 시절 르포기사부터 시작해, 좀 나이들어 정치칼럼과 논평을 쓰면서 어쭙잖게 얻은 '민초'라는 별명에 그예 흠이 가는구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림보다 글이 낫다는 얘기를 들을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해야 했다.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내 나름의 '기자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랬다. 후배들에게 나는 어떤 환경에서든 기사를 쓰는 기자임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오기도 작용했다. 아내와 혜정 승연 승기 세 아이도 아빠라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은근히 압박을 가해 왔다.
처음 겁먹은 대로 자연과 경승을 제대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가슴을 쿵쾅 치며 달려드는 느낌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글로 쓰려면 앞뒤가 꽉 막히기 일쑤였다. 그림도 마찬가지. 박 화백은 화필기행을 다니며 혼자 한숨 쉬는 것이 버릇처럼 돼버렸다. 글과 그림을 무딘 붓으로 감당 못할 때 우리는 애꿎은 술만 죽였다.
한 달에 이삼 일씩, 20개월 동안 전국을 누볐다. 근무시간에 나다니면 놀러다닌다는 얘기를 들을까 싶어 토 일요일 등 공휴일에만 다녔다. 자연히 차가 밀려 길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우리를 안내하려고 쉬는 날에도 쉬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큰 폐를 끼쳤다. 대부분 사람들은 내 고장에 대한 사랑과 자랑이 풍만해 기자와 화백을 감동시켰다.
2002년 1월부터 <신동아>에 <화필기행-붓따라 길따라>를 연재하면서 많은 격려를 받았다. <동아일보> 선후배들이 애정을 갖고 글을 읽은 다음 적잖은 충고를 해주었다. 쓰라고 압박을 가했던 내 가족은 글이 어렵다고 불평해 나를 부끄러움에 빠뜨렸다. 한 건을 쓸 때마다 사나흘씩 공을 들이게 된 건 순전히 그 덕분이다. ID '제연', '고향생각'씨 등은 어디를 답사해 무엇을 쓰고 그릴 것인지를 친절히 알려주어 큰 도움이 됐다.
<화필기행>이 틀이 잡힐 만하자 박수룡 화백이 몸져누웠다. 간과 위를 크게 상해 십수시간에 걸친 이식수술을 받았다. 몸이 상하는 것도 모르며 그림에 혼신을 쏟아부은 그가 자랑스럽다. 병을 이기고 다시 떨쳐 일어설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화필기행>을 하면서 우리의 산하를 다시 발견하게 된 데 대해 감사한다.
- 2003년 초가을 민병욱 쓰다
* 기자와 화가가 만나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화필기행《들꽃길 달빛에 젖어》. 2002년 1월호부터 2003년 8월호까지 20개월간 월간《신동아》에 연재된〈화필 기행 ― 붓따라 길따라〉를 모은 책이다.
언론인 민병욱(현 동아일보 출판국장)이 글을 쓰고, 서양화가 박수룡 씨가 그림을 그렸다. 20편의 글에 그림만 100점. 두 사람이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만들어낸 '화필'(畵筆)이 마치 추석날 고향산천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민초'라는 별명이 그냥 나왔겠는가. 민 기자는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그 나름의 '기자 자존심'으로 우리의 자연과 경승을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박 화백의 그림에는 강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사람살이의 정겨움이 가득 담겨 있다. 그들은 "글과 그림을 무딘 붓으로 감당 못할 때 애꿎은 술만 죽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민 기자는 말한다. "그림이 없었다면 아마 이 글은 아무런 생명력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박 화백은 맞받는다. "글이 내 그림의 부족함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산천의 아름다운 모습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슴 찡한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신동아》연재가 횟수를 더해가면서 박 화백은 몸이 몹시 피곤했다. 뭔가 이상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아픔을 이겨내면서〈화필기행〉에만 혼신을 쏟아부었다.
지난 여름 검사를 받았을 때 그의 간과 위는 크게 상해 있었다. 특히 간은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박 화백은 입원했다. 간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나 까다로운 장기이식 절차 때문에 이식에 들어갈 수 없었다.
몸은 끝없이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다가 또 한 사람의 간 제공자가 나타났고 이번엔 마침내 이식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십 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그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 화필기행《들꽃길 달빛에 젖어》는 이에 때맞춰 나왔다. 마치 박 화백의 '소생'과 건강회복을 예고하듯. - 보도자료에서...

* 팔도 명승지·전설찾아 화첩기행
‘우리는 지금 산수화 속으로 들어간다. 높은 산, 깊은골, 유장한 물에 배 띄우고 기암절벽 떠도는 구름에 흠뻑 취하니, 우리 역시 그림 속의 한 정물이다.’ 전라도 땅끝 해남에서 하동 포구, 단양 팔경, 부안 위도, 강원 평창, 서울 한강ㆍ인사동, 삼팔선을 넘어 금강산까지 팔도의 풍광을 그림을 곁들여 생동감 있게 묘사한 화첩기행이다.
화려하면서도 수수하고 때로 고즈넉한 멋까지 풍기는 우리 자연에 대한 감상과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 오는 이야기들,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졌다. “진짜 좋은 건 우리 곁에 있는데” 자꾸 해외로만 가려 한다는 화백의 국토 사랑과 “가슴을 쿵쾅 치며 달려드는 느낌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글로 쓰려면 앞뒤가 꽉 막히기 일쑤”라는 필자의 솔직함이 글마다 풋풋하게 녹아 있다. 동아일보 출판국장인 필자가 지난해 초부터 신동아에 연재한 ‘화필기행_붓따라 길따라’를 묶은 책이다. <한국일보 2003. 10. 25(토) 책과 세상 B2면>

* 이 땅의 절경 그리며 쓰며 … 화가-기자의 절묘한 '이중창'
2001년, 일선 기자생활을 마치고 동아일보 출판국장으로 재직중이던 민병욱 기자에게 박수룡 화백이 찾아왔다. 박 화백은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다 떠나요. 이름도 낯선 몰디브나 피지로 몰려가고, 태국 중국은 이웃집 마실 가듯이 다녀와요. 진짜 좋은 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그렇게 해서 월간 ‘신동아’에 연재된 ‘화필기행-붓따라 길따라’가 시작됐다. 민 기자의 글과 박 화백의 그림으로 우리 산하 곳곳의 절경을 집어낸다는 기획이었다.
‘박 화백의 순수한, 어찌 보면 아이같은 애국심이 그 자신은 물론 나까지 대한민국의 산과 강, 들과 바다를 헤집고 다니게 만들었다’고 글쓴이는 고백한다. 20개월동안, 주말과 공휴일을 이용해 한 달에 2, 3일씩 전국을 누볐다. 전해 듣는 풍경이 실제 눈으로 대하는 풍경보다 화려할 때가 있다. 범인(凡人)의 시선에 잡히지 않는 장엄함이 화가의 붓끝을 빌려 비로소 전해져올 때가 있다. 일선기자 시절 문명(文名)을 날렸던 글쓴이의 감칠맛 나는 글솜씨와, 숨쉬는 듯한 색감과 조형미로 찬사를 받아온 화백의 절묘한 붓끝이 어우러진다.
두 사람의 호흡은 때로 고수 명창의 신명나는 소리판처럼 절묘하다. 경남 밀양의 만어산(萬魚山).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숲이 어느 순간 뚝 끊기더니 크고 작은 물고기 형태의 검은 돌밭이 한 눈에 가득히 들어왔다… 수천 수만개의 돌이 하나같이 머리를 바짝 쳐들었다. 산 위에서 울리는 소리를 귀담아들으려는 모양 같기도 하고, 숨이 막혀 너덜겅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치솟으려 발버둥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라고 글쓴이는 묘사한다. 화백은 거칫거칫하면서도 우뚝우뚝한 흑과 백, 녹색의 조화를 화면 가득히 펼쳐놓으며 화답한다. 때로는 현실의 비경(秘境)이 방문자를 압도한다. 경북 영덕, 청송을 지나 재를 넘자 화려한 분홍 복사꽃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두 사람은 한숨을 쉰다. “이런 정경은 글로 도저히 표현 못해. 화백께서 그림으로 승부하셔야지.” 화백은 “아이고…이번엔 비구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발걸음 하나하나까지 발그레 물들일 듯 한 복사꽃의 화사한 색감이 화면에 수놓아진다. 인간을 등지고 돌아앉은 심심산골만이 기행의 목적지는 아니다. 분단의 최전선,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 마을에선 운동장만한 깃발들의 서글픈 펄럭임에 목이 메고, 대한제국말 1000여 의병들의 순절지인 홍주성에서는 후손들의 나태함을 통탄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의 선유도에서 ‘앨카트라스 요새’를 연상하는 도시인의 여유도 잊지 않는다.
한편 연재를 마친 뒤 간경화로 쓰러졌던 박 화백은 최근 간 이식수술을 받고 회복 중. 글쓴이는 “몸이 상하는 것도 모르며 그림에 혼신을 쏟아부은 그가 자랑스럽다. 병을 이기고 다시 떨쳐 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 2003. 10. 25(토) 동아일보 책의 향기 B3면>

* 다시 본 경치 정겨운 만남 "新 한국 기행"
“사람들이 다 밖으로만 떠나요. 이름도 낯선 몰디브나 피지로 몰려가고, 태국 중국은 이웃집 마실 다녀오듯이 갔다 와요. 진짜 좋은 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민병욱 동아일보 출판국장이 쓰고 서양화가 박수룡 화백이 그린 ‘들꽃길 달빛에 젖어’는 박화백의 엄숙한 말이 발단이 됐다. 이런 ‘아이 같은 애국심’이 두 사람을 대한민국의 산과 강, 들과 바다를 헤집고 다니게 만든 것이다. 이들은 푸근한 황금빛 넘실대는 땅끝 해남에서 시작해 하동포구 80리, 단양팔경, 경북 영덕, 서울 인사동과 한강, 그리고 북녘 땅 금강산까지 20곳을 샅샅이 누볐다. “(글로)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대단한 민국장이 절경의 아름다움을 유려한 글솜씨로 풀어내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중견 서양화가인 박화백은 100여점의 화려한 그림으로 글에 생명력을 더했다.
절경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사실 이들이 포착한 정겨운 사람살이다. 하루에 진국 30그릇만을 내는 해남 읍내 허름한 추어탕집 주인 할머니는 음식맛이 좋다는 손님의 칭찬에 “인자 허리가 아푼께 더는 탕을 못 끓여내지라”라며 짐짓 딴소리를 하고, 독재의 칼날을 피해 다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거기에 평생을 바친 강원도 평창의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은 “난 말이요, 사실 선무당이오’라며 자신을 낮춘다.
‘그래, 시골길을 돌다 보면 이런 생각지도 않은 삶도 만나게 마련이지. 나서거나 교만하지 않으며 정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조우할 것을 우린 길 떠나기 전에 어디 생각이나 해봤던가.’
기자도 화가도 산하의 아름다움 앞에서 “글과 그림을 무딘 붓과 펜으로 감당 못할 때 애꿎은 술만 죽였다”며 뒤로 나앉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발품 팔아 국토의 부드러운 속살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고풍스럽고 시적인 묘사, 천연 색감의 그림이 눈길을 잡아챈다.
이 책은 2002년 1월부터 월간 ‘신동아’에 연재된 ‘화필기행-붓 따라 길 따라’가 토대가 됐다. 그러나 실과 바늘처럼 함께 다니던 이들에게 지난 여름 위기가 닥쳤다. 박화백에게 깊은 병이 든 것이다. 박화백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혼수상태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이제는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민국장은 책 머리말에서 “몸이 상하는 것도 모르고 그림에 혼신을 쏟아 부은 그가 자랑스럽다. 병을 이기고 다시 떨쳐 일어날 것을 믿는다”고 썼다.
< 주간동아 408호 2003. 11. 6 P88~89 >

* 민병욱 화필기행「들꽃길 달빛에 젖어」펴내
사람들이 이름도 낯선 몰디브나 피지로 몰려가고, 태국 중국은 이웃집 마실가듯이 몰려갈 때, 갈까말까 하는 여행은 떠나라는 어느 지인의 말처럼 그는 삭막의 도시를 훌쩍 벗어난다.
푸근한 황금빛 넘실대는 땅끝 해남에서 바다와 산, 강, 나무가 함께 만드는 교향시 경북 울진까지, 한달에 이삼일씩, 때로는 20개월 동안 집을 비운채 전국을 누비며 고장의 역사와 사람, 서정을 두루 화첩에 담았다.
청산 벽수에 스민 아련한 전설의 단양 팔경, 복사꽃과 대게의 분홍빛으로 어우러지는 경북 영월, 미어지는 한으로 빚어 슬프도록 아름다운 소록도, 그리움은 솔에 담고 외로움은 파도에 씻는다는 덕적도, 그리고 세월의 덮개가 온몸으로 전율해 들어오는 서울 인사동까지….
두런두런 얘가하는 듯이 적어내려가는 글에, 박수룡 화백의 그림이 함께 했다.
- 제민일보 13면 <2003. 11. 27>
책 머리에
푸근한 황금빛 넘실대는 땅끝 해남
산·강·달의 진한 포옹 하동포구 팔십 리
청산 벽수에 스민 아련한 전설 단양 팔경
다시 波市를 그리는 고슴도치섬 부안 위도
복사꽃·대게의 분홍빛 조화 경북 영덕
녹슨 철조망, 지뢰밭에도 꽃은 피고 … 경기도 파주
happy 700 고지를 적시는 달빛 강원도 평창
내포 땅에 살아 숨쉬는 충절 충남 홍성
물결마다 스민 겨레의 숨결 서울 한강
미어지는 한으로 빚은 슬픈 아름다움 소록도
가을, 속살 감춘 봉우리마다 타는 그리움 금강산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세월의 더께 서울 인사동
세계를 향해 열린 한반도의 가슴 인천 영종도
원림 정자에 스민 풍류가객의 혼 전남 담양
1,3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충남 공주∼부여
둘이 하나가 되는 화려한 의식 한강 두물머리
산과 강, 계곡에 숨은 전쟁의 상흔 강원 철원
그리움 솔에 담고 외로움 파도에 씻네 덕적도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바다·산·강·나무가 함께 만든 교향시 경북 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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