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

김영승 지음

판매가(적립금) 9,500 (475원)
분류 나남포에지
면수 264
발행일 2001-10-25
ISBN 978-89-300-1071-9
수량
총 도서 금액     9,500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은 김영승 시인이 7년 만에 내놓은 시집이다. 1986년 등단하여 이듬해 낸 그의 첫 시집《반성》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이후 몇 번 시집을 내기는 했으나 하나같이 "급전에 쫓기어 아무데서나" 내는 바람에 현재 살아있는 시집도 오직《반성》뿐이다. 그리곤 무려 7년 동안의 공백 끝에(물론 시는 계속 쓰고 발표도 했지만) 새 시집을 내게 된 것이다.
《반성》시절 김영승의 시는 80년대의 너저분한 현실을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관통하면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내는 특유의 매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시적 자질이나 수준으로 볼 때 당시의 황지우, 김혜순, 장정일, 이성복과 같은 반열에 놓는다 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던 그런 김영승이 오래도록 관심대상의 밖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문단에서도 아웃사이더이며, 변방에 머물며 이따금 잠시 기동할 뿐인, 그러나 강호무림이 실력을 다 인정하는 그런 고독한 사무라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그는 계간《포에지》의 대담을 위해 출판사에 들렀을 때 거의 3년 만에 서울나들이를 한다고 했다.)
등단 후 15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젊지 않은 그는 여전히 '전업 시인'이다. 다른 이들처럼 교수도 교사도 아니며 뚜렷한 '비빌 언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만큼 그는 처절할 정도로 가난하며 이 시집《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은 그야말로 '실제상황'인 그 극빈 속에서 시인이 벌이는 투쟁이 깃들여 있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문재 시인은 시 한편을 읽을 때마다 술 생각이 나서 탈고가 늦어졌다고 말한다. 김영승 그의 극빈은 세계자본주의가 떨궈 주는 알량한 단물맛에 길들여진 우리 생활인들을 주눅들게 한다. 그의 시는, 또는 시인이라는 존재는 아마도 이 시대 독자들에 가해지는 강력한 정신적 소독제일 것이다.
오해하지 말 것은, 김영승은 청승떨지 않는다. 결코 시들지 않을 자신만의 유머 속에서 스스로 永勝(이문재 시인의 표현)할 뿐이다.

--------------------------------------------------------------------------------
조선일보 [책마을] “어쩌다가 나한테 시집을 와…” (2001.12.14)

■무소유 보다도 찬란한 극빈 김영승 시집·나남출판

시 한 줄이 우주라면, 수십 줄짜리 시를 백 수십 편 씩 엮은 시집을, 가뿐 숨 한번 몰아 쉬는 법 없이 줄줄이 펴내는 시인들은 “얼마나” 광활한 광대무변일 것인가. 그 시인들을 한꺼번에 여러 명씩 이렇게 저렇게 단평으로 품어버리는 평론가들은 또 “얼마나” 광활이 거듭되신 분들일 것이며, 그들을 가뿐 숨 한번 몰아 쉬는 법 없이 매일매일 독자들께 전달하는 ‘담당’들은 또 “얼마나” 그 광활에 지쳐 있을 것인가.

이로니제(ironiser)의 미덕도 모르는 자(광)가 패악을 부리니 독자들께 황망할 뿐이다. ‘관능’은 포즈였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 말씀에 자손들이 필명에 ‘작을 소(소)’자를 쓰는 황망함을 범할까 노파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하여 ‘무소유’ 조차도 눈이 부셔 그 앞에서 황망하게 엎드릴 지경인데, 그보다 더 휘황한 ‘극빈’이라니, 오호라 극-황망이올습니다. 김영승 (43)의 시집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 (나남포에지001)을 “휘리릭” 읽으면서 그렇게, “이보다 더 광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소유란, 광활한 우주를 소유해버려서 아무 것도 필요치 않은 상태를 말한다는데(이문재), 김영승은 사실은 여기(여기)처럼 ‘극빈’과 ‘관능’의 기막힌 조화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해/ 해는 이제 인격, 법인/ 초인, 하나의 이름 해/ 해줘, 더 해줘…/ 더 더 해줘/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더 더 해줘 좋아 음…/(…)// 내가 사는 임대아파트/ 연체된 임대료 약 60만원 어떻게든 해야지…?/…’(‘해’ 부분)

1986년에 등단한 김영승의 7번째 시집인 ‘무소유…’는 “아무렇게나” 삶을 능욕해야, 꽉 짜인 삶의 관계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그러한 믿음 같다는 혐의가 있다. 무제한의 해학으로 시적 혼수상태를 자임하지만, 비논리의 세태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시집을 끝까지 읽다 보면 독자들은 어쩌면 이번 시집 속에서 가장 아릿한 진정을 드러내며 김영승의 시세계로 안내하는 열쇠는 그의 아내가 쥐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할 것이다.

‘어쩌다가 나한테 시집을 와/ 아니 나한테 끌려와/ 이런 변태적인 체위를 취하게 되었누…/(…)// 은행잔고가 29,109원뿐인 이/ 무가내하한 불가항력의/ 겨울/(…)// 그러면 또 아내는 여희처럼/ 상냥하게 중얼거릴 지도 모르지/(…)// 나는 분명 횡재한 여인이라고/… ’(‘가엾은 아내’ 부분)

시인의 혀가 적당하게 풀릴 때쯤에.
(김광일기자)
..................................................................................................................................`한국인의 가난` 뼈저린 고백

문화일보 2001.12.20
배문성/msbae@munhwa.co.kr

‘문학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은 적어도 가난이란 문제를 비춰내는 데는 실패했다. 극단적인 적빈의 삶이 엄연히 상존하고 있는 세상임에도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룬 작품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극도로 상업화한 현단계 한국문학이 문학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세상읽기’에 대해 직무유기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최근 나온 중견시인 김영승씨의 시집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나남출판)과 시인 유용주씨의 첫소설 ‘마린을 찾아서’(한겨레신문사)는 새천년의 한국에도 빈한을 넘어서 극빈에 이른 삶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귀한 작품이다.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서는 등장할 수 없었던 구차하고 지긋지긋한 가난의 모습을 보여주는 두 작품은 문학텍스트로만 보면 외려 희귀한 소재를 만난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럴 정도로 일찍이 3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다양한 소재지였던 이 ‘가난의 처소’가 90년대 이후 아예 외면당해 왔다는 사실까지 이 두 작품은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선 김씨의 시집 ‘무소유보다…’은 마치 30년대 한국 단편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가난과 남루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른바 일상이 된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것도 2001년 현재진행형 극빈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시집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월 175,300원 그 임대로가 벌써/두 달째 밀렸네/말렸네 나를 말렸네 피를/말렸네, 극빈/극빈/무소유보다 찬란한 극빈’(시 ‘극빈’ 중에서)이라고 자신의 삶을 말하던 시인은 ‘가난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이에 무슨 싸울 일이 있겠느냐’(시 ‘인생’ 중에서)라고 묻다가 급기야 ‘가난의 혹한’을 다음과 같이 뼈아프게 내뱉는다. ‘이 혹서를 견디면//고드럼처럼 추위에 오돌오돌 떠는/어린 아들의 모습이 주렁주렁… 고드럼 하나하나/뚝뚝 분질러/와드득 와드득 씹어먹으며//그 힘으로 이 혹한을 견디면’(시 ‘이 혹한을 견디면’ 중에서).

또 시인 유씨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노동일기’를 소설로 바꾼 ‘마린을 찾아서’는 14세 소년이 집을 나와 도시의 변두리를 떠돌며 가난과 싸운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소설의 무대는 70년대 한국상황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2001년풍이다. 뼈저리기도 했을 가난과 남루의 현장은 성장소설 형식으로 진행되는 저자의 시선 앞에서 때론 웃음 가득한 소재로, 때론 눈물나는 기록으로 바뀌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대신 가난을 직접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구체성에 기댄 저자의 속깊은 내공이 눈길을 붙잡는다.

/배문성기자 msbae@munhwa.co.kr
2001/12/20

 

2002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우수도서(문학예술) 선정

自序  7

 

베 베갯잇   15

꽃잎 날개   17

氷上, 木炭畵    19

잘못 쓴 시   21

G7   23

겨울 눈물   25

처음 보는 女子   27

겨울밤, 카바레 앞을 지나며   29

서울신탁은행귀신   31

내가 돌았을 때   32

언 江에 쌓인 눈

―해발 1563m 오대산 비로봉 정상에서   34

黨   37

황소개구리와의 대화   42

更生, 그리고 遷都…   50

극빈   52

인생   54

옷   59

北魚   61

아플 때…   64

뻥튀기 장수   68

이 酷寒을 견디면   71

늙은 호박   73

‘집’에 가다보니, 不惑?   79

아름다운 학교   81

奇人   85

Anti-Chiliasm?   87

꿈과 별   90

瀕死의 聖者   93

키스   97

깡통 하나 못 따는 여인   101

나도 그렇고 그렇다   104

解   108

밤길, 新年辭   112

등, 考察   116

强風에 비…   121

뇌여, 뇌여   129

자지와 우표   132

滿開한 性器   137

액자 걸었던 자리…   147

겨울, 半透明…   150

두 올빼미   152

新婦   154

威?의 詩人   157

孤高팥죽  160

哨所에서   162

맹구여, 맹구여…   165

수저筒   170

銀河水, 問答…   173

거북이와 메뚜기   175

츄마  180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   186

징검다리   191

가을大운동회   193

IMF 閑情   196

아들   198

매달려, 늙어간다   202

슬픈 똥   204

나무 세 그루   209

‘있음’에 대한 참회   211

미스 코리아 眞善美   214

누가 도미니크 수녀님을 욕했는가   223

가엾은 아내   232

恩寵   245


해설ㆍ이문재
무소유를 너무 많이 소유해버린
―김영승 시의 최근에 대한 한 잡문   247

김영승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계간〈세계의 문학〉가을호에〈반성?序〉외 3편의 詩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반성,《車에 실려가는 車,《취객의 꿈,《아름다운 폐인,《몸 하나의 사랑,《권태,《화창,《흐린 날 미사일이, 에세이집으로《오늘 하루의 죽음,《젊은 산타클로스의 휘파람(근간)이 있다. 현대시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인천시문화상, 지훈문학상을 받았다.

prev next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