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이 내려오다

지음

판매가(적립금) 6,000 (300원)
분류 나남포에지 3
면수 136
발행일 2001-10-25
ISBN 89-300-1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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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도서 금액     6,000
《붉은닭이 내려오다》는 전영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그로테스크로 가득 찬 이 작은 시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존재조건이다. 여성성이라는 것은 도리없이 상반된 이미지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 하나는 부드러움이나 자애로운 모성으로 표상되는 가정적 사회적 특성이고 또 하나는 임신과 출산 또는 생리혈 등으로 표상되는 생물학적, 동물적 특성이다. 안정된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이란 하나의 축복으로 여겨지지만, 약간 엇비킨 시각으로 접근하면 그것이 실제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라는 측면에서 스스로 동물의 한 종임을 철저하게 자각하는 계기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과학적 이론이 기독교 세계에서 엄청난 추문이었듯, 가정(家庭)이 최소 단위를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생물학적 측면의 여성을 강조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 불온한 행동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생리혈이 낭자한 시집《붉은닭이 내려오다》는 하나의 불온함이며 일반적인 페미니즘과는 다른 문맥에서의 남성권력에 대한 냉소며 저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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