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김밥의 노래

이솜 지음

판매가(적립금) 5,500 (275원)
분류 나남산문선 40
판형 B6
면수 240
발행일 1999-05-25
ISBN 89-300-0840-2
수량
총 도서 금액     5,500
중앙일보 편집부에 근무하고 있는 이상국 기자(필명 이솜)가 '누드김밥의 노래' 1권 을 펴냈다. '공자가 비아그라를 드셨을 때'라는 묘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주로 3~40대 연령층, 그러니까 70년대에 소년기를 보낸 이들의 정서에 맞닿아 있는 25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요새 신세대들은 '님과 함께'라는 노래를 알까? 이 책에 실린 '님과 함께'라는 글은 아련한 70년대의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그런 추억의 한편으로 저자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이라는 가사에서 어떤 허망함 같은 것을 집어낸다. 우리에게 초원이 어디 있으며, '그림같은 집'에서 스위스의 풍경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필자 자신만의 문제인가고 되묻는다.

삼사십대의 장년층이 현재의 생활 속에서 겪는 이야기들도 동지애(?)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쭈뼛쭈뼛 무슨 죄짓는 양으로 사온 불법포르노, 제목도 그럴 듯한 '빨간 목도리'를 비디오에 넣고 돌리는 순간 엉뚱하게도 경고 문구가 나온다. "옛날에는 호환 마마 등 무서운 질병이 있었지만 오늘날은 비디오가…" 그리곤 광고까지 줄을 잇더니 마침내 나오는 본프로의 주제곡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우우먹…" 자는 척하던 아이들은 방문을 박차고 나온다. 재밌는 것을 아빠엄마만 봐? 속아서 12만원을 날린 30대 가장…

요새 공자께서 수난을 입고 있다. '돌아가셔 줘야 이 나라가 산다'는 외침을 받더니, 이젠 비아그라까지 시복(試服)하시게 된 것이다. 부제와 같은 '공자가 비아그라를 드셨을 때'라는 글은 '三十而立'에서 떠오르는 기발한 발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 글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즉 공자의 삼십이립은, 서른이 되어서야 제대로 서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전의 경망스럽고 금방 죽어버리던 그런 기립과는 다른, 서있음의 절정이 이윽고 서른에야 달성이 되었다는 얘기겠다." 물론 이 부분만 보면 무슨 말인지 역시나 아리송하지만, 그러나 저자는 곧 이렇게 부언한다. "이 말은 돌리자면 진정한 섹스를 깨달은 시점을 서른으로 잡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십불혹은? ― "상대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혹은 그날 컨디션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그것이 잘 안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마흔이 되고 보니 이제 도사가 된 것이다. 어떤 상황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마치 불도저처럼 밀어부칠 수 있는 불혹의 경지를 터득한 것이다."

거꾸로 올라가서 '열다섯 살에 배우기 시작하였다'(志于學)는 것은? "아마도 그 무렵 어느 날 밤엔가 느닷없는 몽정을 하고 황당한 매스터베이션을 경험한 게 아니었을까." 이쯤 되면 저자의 기발한 발상에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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