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3호

(주)나남출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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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비평 S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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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8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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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가 저물어가는 마지막 달에 3호를 내보낸다. 돌이켜 보건대, 혼란과 위기, 좌절과 환희, 성장과 쇠퇴 등으로 얼룩지지 않은 시대는 없지만 한국의 80년대는 더욱 그러했다. 80년대의 사회적 변혁의 일지를 일일이 더듬어보지 않더라도 광주항쟁 이후의 긴 어둠의 통로를 더듬어 온 우리들에게 87년의 범시민적 민주항쟁은 그 자체가 환희였고 눈물겨운 감동이었다. 실로 이십 년 만에 민중적 의지의 수렴을 표방한 정치적 개방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른 정치권의 개편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그 정치적 개방은 처음부터 지배계급의 자발적 개혁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피지배계급의 민주화 열망에 대한 정치적 양보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음은 오늘날의 정치현상이 증명해 주는 바이다. 80년대를 마감하면서 우리는 유신시대나 5공화국 체제와 같은 정치적 결빙의 시대가 한국 현대사에서 이제 막을 내렸다는 최소한의 확인을 공유하면서도, 제한적 범위의 개혁을 용인하는 중산층 이상의 지배계급과 그것을 본질로부터 부인하는 노동계급 간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90년대 한국의 정치경제의 장에서 이른바 보혁대결의 중추를 이룰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한다.

90년대에 전개될 보혁세력 간의 투쟁양상을 예측하려면 80년대의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치 80년대의 그것이 70년대의 민주화 열망에 뿌리를 두었던 것처럼.지난 70년대를 경제성장에 의해 빚어진 외면적 세계에서의 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시대였다고 한다면, 80년대는 내면적 세계에서의 주체적 성찰을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충격의 시대라고 할 것이다.

70년대는 시민의 목소리와 손발을 결박시킨 거대한 정치적 음모로 시작되었지만, 80년대는 시민들의 주검을 목도하면서 빈손으로 서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무기력함을 확인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광주항쟁은 70년대 시민적 저항의식의 일종의 낭만적 한계를 파괴하는 데에 기여하다. 70년대의 민주세력이 스스로를 가두어 온 저항의 외파가 외부로부터 무너진 것이다.

돌이 화염병으로 바뀌고, 가두행진이 가두투쟁으로 전환되고,〈조세희〉가〈홍희담〉으로 변형되고, 탈춤이 노동연극으로, 개인의 시가 집단의 시로, 맑스가 마르크스로, 민중이 민족해방으로, 종속의 극복이 반미항쟁으로 각각 자연스럽게 바뀌어 나갔다. 70년대의 최루탄은 거리에서 가시적으로 터졌지만, 80년대의 그것은 나와 너의 가슴과 정신의 세계에서 불가시적으로 터졌다.

〈형식〉의 새로운 구도는 내용의 급진적 전환을 요구하는 법이다. 정신세계에서 충격을 수습할 새로운 이론과 전망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부족하고, 따라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궁핍 사이의 어느 곳에 어정쩡하게 자리잡는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다 보아야 하는 고통을 강요당한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70년대 말 극단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이 질문은 이제 새로운 형식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어느 편에 가담하고 있는가 ?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호는 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대답을 모색하는 여러 편의 논문들로 꾸몄다.〈사회운동과 이데올로기〉라는 제하의 특집은 80년대 한국사회 제 분야에서의 중심적 갈등양상을 점검하려는 기본적 의도를 갖고 있으며, 기획의〈자본주의와 언론의 정치학〉은 사회통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인 언론의 재생산 메커니즘을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의도로 엮어졌다.

이번 호에 실린 일반 논문들도 이러한 전체적 장과 관련하여 이해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귀중한 글을 써 주신 필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독자들의 준엄한 질정을 기대한다.
특집 : 사회운동과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갈등·전태국
무적의 국가, 무적의 부르조아·송호근
지식인과 사회운동·정수복
보수신학, 급진신학·노정선

기획 : 자본주의와 언론의 정치경제학

한국자본주의 언론생산의 본질·김승수
'80년대 언론탄압·김주언
일제하 문화산업의 대중음악에 관한 정치경제학 이창현

논 문

계몽주의, 현대성, 성숙성·김현
현길언의 무력한 나의 힘·안삼환
담론구성과 사회계급·강명구
정치경제학과 근대경제학·안석교
경제 개방화와 정부 ― 기업관계의 재정립·이숙종
전국민 의료보장제도의 시행과 우리의 과제·김병익
고전산책 : 에밀 뒤르케임과 도덕적 사회주의·민
문홍
기획번역 : 전환기의 사회 ― Ezra Vo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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