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영원한 도전자 정주영
작성일 : 2015-08-25   조회수 : 2663
허영섭 지음ㅣ나남ㅣ488쪽ㅣ2만7000원

돈을 벌기 위해 4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가출, 전란 와중에 미군 공사를 발판으로 이루어낸 현대건설의 성공,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만들어낸 세계 최대 조선소, 오일쇼크 와중에 일궈낸 중동 신화.

책에서 소개하는 정주영의 성공담은 하나같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요소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사업을 과감하게 앞서 추진한다. 그리고 보기 좋게 성공시킴으로써 한국경제 산업화의 물꼬를 텄다. 이제 신화가 된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정주영이 성공하기까지 거쳤던 도전과 시련에 주목했다. 4번째 성공한 가출 뒤에는 3번의 실패가 있었으며, 자동차 수리업체로 성공하기까지는 화재로 공장을 잃고, 사업체를 빼앗긴 시련도 있었다.

만약 그가 첫 번째 가출에 성공해서 처음 뜻대로 노동판에서 성공했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지위가 올라갔을까. 오일쇼크에 지레 겁을 먹고 중동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현대건설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런 가정에 따른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그의 인생 행로가 다르게 진행됐더라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현대 제국’은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주영의 도전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은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다시 견인할 기업가 정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창 꿈을 키워 가야 할 젊은이들조차 도전보다는 현실 안주에 급급하는 처지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의 따끔한 질책 한마디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의 경영 철학과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정주영의 생애를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판문점 소떼몰이, 시련과 성공, 금강산 사업, 기업가 정신, 정주영 사후 등으로 중요 사건과 의미 등으로 이야기를 묶어 풀어낸다.

정주영의 전경련 회장 시절과 88서울올림픽 개최지 투표, 금강산관광 사업 등과 관련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많이 소개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정주영의 인생 여정과 삶의 철학은 지금 읽어도 뜨겁다.

저자는 정주영에 대한 생애에 접근하면 할수록 존경심이 커졌다고 쓴다. 이 때문에 저자 나름대로 공과(功過)를 함께 다루기는 했지만 초점은 공에 맞춰져 있다. 과의 경우에도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이 많다. 비판적인 평전을 기대한 독자들로서는 거슬리는 부분일 수 있다.

이미 신화가 된 정주영의 일대기를 알고 싶거나, 창업과 성공의 꿈을 꾸는 젊은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25/20150625030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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