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일제의 군사요새였다> 한겨레 2014-12-25
작성일 : 2014-12-26   조회수 : 1897
우리 땅의 일제 군사시설을 홀로 파헤치다


임종업 기자


잠깐독서
한반도는 일제의 군사요새였다
이완희 지음/나남·2만4000원

2013년 여수 일대의 일본군 군사시설을 취재하던 중, 같은 테마로 그곳을 다녀갔다는 어떤 인물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완희 피디가 “그게 바로 나”라고 커밍아웃했다. 당시 한국방송 부산총국의 편성제작국장으로 있던 그는 2년째 주말마다 부산, 거제, 통영, 남해, 여수, 목포 등 남해안 일대를 배회하고 있었다. 2009년 <제주도 진지동굴의 비밀> <1945년 한반도는 일제의 결전기지였다>는 프로그램을 만든 다음의 일이다. 이 책은 예상됐던 결과물인데, 혼자서 한 작업임을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는다.

<중포병연대사>, 아시아역사자료센터(JACAR)의 아카이브 등 일본 쪽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의 지역 원로와 향토사학자의 증언과 현장답사를 거쳐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40년에 걸쳐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구축한 군사시설의 큰 그림을 그렸다. 원폭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쑥대밭이 되었을 거라는 결론. 군사 전문가가 아닌 지은이가 텍스트 자료와 잔존한 유구를 대조하여 당시의 쓰임새를 정확히 재구성하기는 힘겨워 보인다. 쓰임새가 중첩돼 있는데다, 대부분 파괴되어 일부만 남았고, 그마저 미군·한국군에 의해 개조되어 원형을 잃은 까닭이다.

지은이의 문제의식과 부지런함은 상찬할 일이로되, 국가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이 할 일을 개인이 떠맡아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첨부파일 한반도는 일제의 군사요새 표지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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