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 38층> 동아일보 2014-11-10
작성일 : 2014-11-12   조회수 : 1874
반기문 총장, 제작 끝난 자신 관련 도서 배포 막은 까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0)의 차기 대선 후보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반 총장을 다룬 책이 배포 직전 사장(死藏)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9일 이 책을 입수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 출간되지 못한 ‘반기문 책’… 내용은?

책 제목은 ‘유엔본부 38층-유엔과 반기문 리더십’. 저자는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이상화 심의관이다. 이 심의관은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 선거 캠페인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후 올 3월까지 7년 넘게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반 총장을 보좌해 왔다.

나남출판사는 5월 말 제작을 마치고 1쇄 약 3000부를 찍었다. 하지만 6월 초 전국 서점에 배포하기 직전에 유통이 무산됐다. 반 총장이 이 심의관에게 ‘책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출판사 측은 “저자인 이 심의관이 먼저 책을 내자고 제안해서 만들었는데 갑자기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당황스러웠다”며 “금전적 손해를 봐야 했지만 저자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책은 △반기문 사무총장 선출과 연임 과정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유엔 개혁, 북한 핵실험 등 국제 이슈와 반 총장의 활약상 △반기문 리더십 등을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반부에 다뤄진 반 총장 리더십 부분. ‘흉내 내기도 어려운 열정과 성실함’, ‘사람의 마음을 얻는 소통의 기술’, ‘원칙과 비전을 겸비한 지도자’ 등의 소제목과 함께 다뤘다. 저자는 반 총장을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지도자” “원칙을 중요시하는 리더”로 표현했다. 나남 관계자는 “책에는 대선 출마와 관련한 민감한 내용이 없지만 상관이 요청하니 저자가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출판은 출사표?

출판계에서 반 총장은 ‘블루칩’으로 통해 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이후 그를 다룬 책이 쏟아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반 총장 관련 도서는 30여 종이나 된다. 동아일보가 인터넷서점 예스24와 함께 누적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가 100쇄를 넘기며 1위를 차지했다.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어린이를 위한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반기문과의 대화’, ‘반기문 영어 연설문’ 순이었다. 조선영 예스24 콘텐츠미디어팀장은 “반 총장 관련 책은 성공이나 영어에 초점을 맞춘 청소년용 위인전류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기문과의 대화’는 톰 플레이트 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이 ‘유엔 사무총장 이후’를 다뤘지만 리더십을 부각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측근인 부하 직원이 ‘반기문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 반 총장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치권에서 출판은 일종의 출사표”라며 “반 총장이 부하 직원을 시켜 자신의 리더십을 홍보하는 책을 낸 걸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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