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영의 참모들> 매일신문 2014-08-09
작성일 : 2014-08-13   조회수 : 2779
전쟁 일으킬 줄만 알았지 끝내는 법은 몰랐던 그들

대본영의 참모들/위톈런 지음/박윤식 옮김/나남 펴냄

일본에서는 오만방자하고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을 가리켜 ‘대본영 참모’라고 한다. 대본영 참모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부의 최고 엘리트들로, 20세기 초`중반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획책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지휘했다.

그들은 제멋대로 사건을 일으키고, 이를 빌미로 정부에 압력을 넣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컨대 만주사변은 참모들이 먼저 실행하고, 사후 보고하는 식이었다. 일본 정부는 군대 참모들이 일으킨 사건을 지휘명령 계통을 통해 수습하지 못했다. 군부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선사고, 후보고 방식이 성공하자 대본영 참모들이 주동하는 전쟁이 경쟁적으로 일어났다. 상하이 사변, 노구교 사변, 장구평 사건, 뉘먼한 사건에서부터 태평양 전쟁의 여러 전투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그 중심에는 대본영의 참모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환태평양 거의 모든 나라 국민들에게 크나큰 재난을 안겨주었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전쟁 책임이 있는 대본영 참모들을 철저히 추적하고 진상을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 후 대본영 참모들은 전쟁의 책임을 지지도 않았고, 별다른 벌을 받지도 않았다.

지은이는 ‘도쿄전범재판을 주도한 미국은 일본의 전쟁지휘계통의 운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A급 전범으로 지목된 전쟁범죄자들은 대부분 일본 군대의 군정(軍政)계통, 즉 육군성과 해군성 사람들이었고, 일본 군부 내 또 다른 계통인 군령(軍令)계통, 즉 대본영 참모본부와 군령총부는 추궁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본 군부의 탄생과 유래 및 발전을 살펴보고, 일본 군부 내 최고 핵심을 이루는 집단, 즉 육군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참모들의 모든 행위를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전쟁 책임을 해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옛 일본 군부의 탄생과 발전, 광기 어린 질주와 멸망과정을 연구함으로써, 환태평양에서 일본이 만들어낸 비극의 궁극적인 원인을 추적한다. 지은이는 ‘사회와 격리된 엘리트 교육, 세계에 대해 눈을 감고 정신문화만 숭배하는 문화, 역사에 대해 털끝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섬나라 근성 등이 무지하고 오만방자하며, 잔학할 뿐만 아니라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대본영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대본영 참모들로 이시와라 간지, 쓰지 마사노부, 도조 히데키, 세지마 류조 등이 책에 등장한다.

이시와라 간지는 만주사변을 일으켰고 중국에 일본의 꼭두각시 나라 만주국을 세운 인물이다. 쓰지 마사노보는 일왕의 명령을 허위로 전달해 전쟁포로를 죽이도록 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현지인들에게 큰 재난을 안겼고, 일본군 병사들 역시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의 상관들도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교수형에 처해지게 했다.

도조 히데키는 일본군 참모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유능하지도 명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면도날’이라는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매사를 진지하게 처리했고, 성실했다. 그는 기억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 들은 것, 읽은 것을 모두 기록했다가 밤이 되면 그 기록을 3가지로 구분했다. 상관에게 보고할 것, 부하에게 훈시할 때 사용할 것, 동료들과 연락할 때 사용할 것 등이었다. 그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었고, 누구든 그에게 묻기만 하면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특별한 능력이 없었던 그가 육군대신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 도조 히데노리 중장이 육군대학 1기를 수석으로 졸업한 군부의 실세였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출세를 한 덕분에 도조 히데키는 A급 전범으로 사형됐다.

책은 대본영 주요 참모들의 면면과 더불어 그들이 획책하고 일으킨 갖가지 전쟁과 사건, 범죄, 사변 등을 하나하나 들춰냄으로써 일본 군국주의의 발호와 멸망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은이는 ‘일본 대본영 참모들은 사악하기 그지없으며 전쟁을 일으킬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끝내는지는 몰랐다’고 평가한다.

451쪽, 2만2천원.
첨부파일 대본영 표지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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