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문화일보 2014-07-24
작성일 : 2014-07-24   조회수 : 2051
류주현 소설 ‘조선총독부’ 21년만에 재출간
김구 등 등장 인물만 1700여명… 한·일 갈등 뿌리 돌아보는 계기

묵사(默史) 류주현(1921∼1982·사진) 작가의 대하소설 ‘조선총독부’(나남)가 21년 만에 재출간됐다. 1964년부터 3년간 월간 ‘신동아’에 연재된 소설은 1967년 신태양사, 1993년 배영사 등에서 출간된 뒤 절판됐으나 올해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연재 초기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는 박정희 정권이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과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을 시도하던 시기였다. 야당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국민들은 거세게 반대했고, 한·일 외교 문제는 정권을 위협할 만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총독부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은 국민적 인기를 끌며 출간 즉시 5만 권이 팔렸고 라디오 낭독, TV드라마, 영화 등으로도 재가공됐다. 일본 또한 관심을 보이며 외무성이 직접 나서서 번역을 한 뒤 정치계 등 유력인사들에게 배포할 정도였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극우 발언,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책의 재출간은 한·일 역사 갈등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 3권으로 이뤄진 소설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부터 해방을 맞던 1945년까지 50년 가까운 격동기 한국의 현대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한반도를 넘어 일본, 만주, 중국, 동남아를 무대로 격동기 속에서 피폐했던 한국인의 삶, 조선총독부의 횡포, 독립투사의 투쟁, 친일파 인사들의 변절 등을 담았다. 총 등장인물 1700여 명, 주요 인물만도 100여 명에 이른다. 고종황제, 김구,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윤봉길, 이광수, 최남선, 여운형, 이완용 등 현대사의 실존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연인 박충권, 윤정덕만 가공인물이다. 소설의 무대는 한반도를 넘어 일본, 만주, 중국, 동남아까지 펼쳐진다.

류 작가는 생전에 이 작품에 대해 “조선총독부라는 거대한 주체를 대상으로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수용함으로써 인물 개체보다는 그 집단과 행적에다 앵글을 잡고 실존 인물들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키는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승철 나남 주필은 “류주현 선생의 소설 ‘조선총독부’는 일제강점기의 삶을 역사서 이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판단해 재출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소설가협회 초대회장을 지낸 류 작가는 ‘남한산성’ ‘장씨일가’ 등 중·단편 100여 편과 ‘조선총독부’ ‘대원군’ 등 장편 30여 편을 남겼고, 아시아 자유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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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매경, 류주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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