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슴으로> 매일신문 2014-06-21
작성일 : 2014-06-23   조회수 : 1898
정치는 가슴으로/ 이만섭 지음/ 나남 펴냄
"정치는 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 "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50여 년의 정치역정을 담은 이 책은 ‘한순간도 가슴에서 국민을 내려놓지 않았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이승만 정권이 몰락하던 자유당 말기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언론계에 들어선 이만섭은 3`15, 4`19, 5`16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온몸으로 겪는다. 그는 부정과 불의의 현장을 취재할 때면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울분을 참지 못했다. 4`19의 싹이 되었던 2`28 대구학생시위에서는 몸싸움을 벌이며 무술 경관들에게 구타당하는 어린 학생들을 구해주었고, 4`19 민주혁명 때는 최루탄이 이마에 박혀 숨진 김주열 군의 참혹한 주검을 빼돌리려 한 자유당 정권의 비열한 음모를 추적 보도함으로써 전국적 규모의 항거를 불러일으켰다.

국회에 진출한 이만섭은 여당 정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약자들이었다. 우선 그는 ‘용공’이라고 몰리면서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남북 가족면회소를 제안한다. 또한 당시 약소국이던 우리나라에서 점령군처럼 행세하며, 깡통을 찾는 배고픈 어린 소년들에게조차 총을 쏘던 주한미군의 횡포를 막고 민족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한미 행정협정 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14대, 16대, 두 차례의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도 날치기를 없애려고 노력했고, 여야가 대립할 때마다 민주주의와 국민의 행복 추구라는 대전제를 각성시키며 화해를 도모했다.

이만섭은 박정희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여느 정치인들처럼 정파를 만들고 자기 사람을 관리하지 않았지만 그로써 훨씬 더 많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50년을 달려왔다. 419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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