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죽음> 동아일보 2014-06-20
작성일 : 2014-06-23   조회수 : 1926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면, 삶의 모든 게 새롭게 보입니다”

묵상집 ‘행복한 죽음’ 펴낸 송길원 목사-송예준씨 부자

최근 죽음을 주제로 다룬 묵상집 ‘행복한 죽음’을 펴낸 송길원 목사(왼쪽)와 아들 예준 씨. 송 목사의 말처럼 아버지와 아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이들의 DNA는 속일 수가 없었다. 송 목사는 “책을 준비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무엇보다 큰 유산을 물려준 것 아니냐”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삶이 즐거우면 죽음도 즐거워야 한다.”여기 행복한 죽음을 주장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임종치유사, 가족생태학자를 자처하는 송길원 목사(57)와 그의 둘째 아들인 송예준 씨(28·미국 퍼듀대 4년). 부자는 최근 죽음에 대한 글과 자신들의 의견을 엮은 묵상집 ‘행복한 죽음’(나남·사진)을 출간했다. 16일 만난 두 사람에게 ‘정말 닮았다’는 말을 건네자 송 목사는 “DNA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웃었다. 책과 죽음, 행복, 재난, 가족을 키워드로 송 부자(父子)와 대화를 나눴다. 》


○ “죽음의 자리에서 보면 삶의 진리가 보인다”

▽기자(記)=젊은 사람도 죽음에 관심 있나.

▽자(子)=솔직히 20대들은 죽음과 상관없다는 듯 얘기한다.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기 어렵고, 교육이 안 돼서 잘 모르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총기사고나 각종 재난이 끊이질 않지만 죽음 교육은 없는 것 같다.

▽부(父)=한때 행복전도사였다. 아무리 행복과 긍정을 얘기해도 결국 죽음의 문제에 부딪히더라. 항상 행복해도 죽음이 행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기=책 제목, 행복한 죽음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부=그러나 둘은 떨어질 수가 없다.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보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주어진 삶은 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삶이 단단하고 여물어진다.

▽자=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다. 그걸 찾으면 뭘 하든 행복하겠다. 삼성에 다니고 미인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은 아니지 않은가.

▽기=아버지 뒤를 이어 목회할 생각도 있나.

▽자=신학 공부라면 몰라도 목회는 아니다. 어렴풋하지만 행복의 표지는 발견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 “나침반이 방향은 알려주지만 골짜기는 알려줄 수 없어”

▽부=제가 대학 학보사 출신이라 큰아들이 기자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아들은 엄마에게 ‘돈 세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하더니 결국 회계사가 됐다. 큰아들은 개신교 표현으로 하면 회개한 뒤 맘껏 회계하며 살고 있다.(웃음) 부모 기준으로 자식의 성공을 따지니 서로 힘들어진다. 나침반은 방향은 알려주지만 그곳의 골짜기를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기=이 순간,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 1번은 뭔가.

▽자=1번, 결혼해 보고 죽어야 한다.(웃음) 2번은 친구들이랑 자연이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부=가족들 앞에서 사진 찍는 포즈로 사는 거다. 남 앞에서는 스마일하면서 집에 들어오면 굳어진 제 얼굴을 자주 본다. 나머지는 예수님이 못한 것들이 리스트에 들어 있다. 우선 1월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캐나다에서 북극 오로라를 봤다. 다음은 2년 전 두 번 실패한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는 것이다.


○ “아비로 다른 건 몰라도 죽음에 대한 교육은 했다”

▽기=재난과 죽음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부=목회를 하고 임종치유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봤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만 부모님은 어떠실까 걱정이다. 가끔 두 분께 임종과 관련한 유머를 툭, 툭 던지는데 그냥 웃고 마신다.

▽자=책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다. 자식들에게 좋은 것만 주려는 아버지 모습이 ‘짠’하더라.

▽부=전, 겨우 이제 부모님과 임종유머를 통해 죽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들과는 이번에 책 준비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장 좋은 유산을 물려준 것 같다. 죽음에 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사회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육아휴가도 있는데 왜 임종휴가는 없나? 가족의 죽음은 며칠 장례로 도저히 풀 수 없는 큰 트라우마다. 임종휴가를 통해 살아남은 이들도 ‘삶의 평형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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