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도전 <연합뉴스 2014-04-16> 이병주 문학세계 속으로, 22주기 맞아 잊단 재출간
작성일 : 2014-04-17   조회수 : 2340
<이병주 문학세계 속으로…22주기 맞아 잇단 재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이병주의 지리산 중에서)
한국 문학의 걸출한 작가 나림(那林) 이병주(1921~1992)의 22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병주의 단편을 묶은 책이 새로 출간됐다. 지난달 11일 경남 하동군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린 2014 이병주 문학 학술세미나에 맞춰 나온 이 책은 소설집 여사록(바이북스 펴냄)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언론사 주필을 거쳐 등단해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소설 남로당, 그해 5월 등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긴 이병주는 다작과 일부 대중 취향적 요소 탓에 홀대받은 측면이 있다.

학술세미나의 취지도 이병주 문학을 재조명하고 그 의의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키자는 것이었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종회 문학평론가가 함께 엮은 소설집 여사록에는 여사록, 칸나·X·타나토스, 중랑교 등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병주 단편 3편이 담겼다.






단편 여사록은 분단 직후 나라 전체가 좌우로 극렬히 분열된 시대상을 배경으로 이념 갈등으로 상처 입은 과거를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칸나·X·타나토스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을 꼭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날이라고 명명한다. 주인공의 직업은 부산 국제신보의 주필로 이병주와 같다. 아버지의 기일은 주인공을 곤경에 처하게 했던 정치범 조봉암의 사형 집행일이다. 기록가로서의 이병주의 개성이 드러난다.

중랑교에서는 무(無)번지의 거리를 그리워하는 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지명이기도 한 중랑교는 주인공의 벗 박희영과 단골로 다니던 목로술집이 있는 곳이자 그의 무덤에 가려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였다. "이병주 문학을 관통하는 지배적인 정서이자 정치적 무의식"(고인환 문학평론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집에는 부록으로 산문 풍류에 서린 산수, 지리산학도 함께 묶었다.

소설 세 편과 부록 두 편은 진주, 부산, 서울, 지리산을 가로지르며 이병주의 문학적 지향점, 즉 기록이자 문학, 문학이자 기록에 이르고자 했던 그의 작품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남출판은 지난달 장편소설 정도전을 펴낸 데 이어 이달 말 정몽주, 올해 안에 허균 등 이병주가 시기적으로 오래된 인물들을 다룬 역사소설 3권을 차례로 출간한다.

고승철 나남출판 주필 겸 사장은 "이병주 문학이 문학적 성취에 비해 온전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것은 선생이 문단과 깊은 인연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선생은 언론인 출신 문학가라서 문단과 교류 폭이 적었고 문단 권력에 아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출간되는 이병주 역사소설을 통해 오늘날의 독자들이 선생 특유의 장대하고 웅혼한 필치를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14-04-16 14: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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