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립운동가의 조국 <한겨레 2014-03-10> 또 한사람의 장준하, 윤재현의 삶
작성일 : 2014-03-21   조회수 : 2027
3월 10일 출판 잠깐독서
어느 독립운동가의 조국
윤재현 지음, 김현주 엮음
나남·3만5000원

한국인 가운데 그의 이름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윤재현. 1920년 함북 회령 출생. 일본에서 영문학 공부. 10번째 학병 탈출자. 한광반(한국광복군 간부훈련반) 1기. 6000리, 73일 대장정 끝에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합류. OSS(미군전략정보기관) 정보파괴반 2기. 국내 침투공작 대기중 광복. 해방 3년 만에 도미. 1959~85년 미국 보스턴 칼리지 생물학 교수. 1994년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74살로 별세.

이 책은 윤재현이 쓴 3권의 저술을 그의 조카인 김현주가 엮어 합본한 것이다. 첫째, <우리 임시정부>는 1946년 광창각에서 펴냈다. 해방 뒤 좌우 대립 속에 임시정부를 향한 온갖 음해에 맞서려 쓴 글이다. 둘째, <사선을 헤매며>는 1948년 국제문화협회에서 출간했다. 한국 최초의 학병 탈출기다. 한광반 시절 윤재현이 장준하·김준엽과 함께 속옷을 종이 삼아 만든 문예잡지 <등불>의 일화가 실려 있다. 김준엽의 <장정>, 장준하의 <돌베개>에도 나오는 얘기다. 셋째, <동토의 청춘>은 일제 치하 독립운동에 몸 바친 조선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소설인데, 1979년 일본 고단사에서 펴냈다. 이번에 한글로 처음 번역했다. 유전학자 윤재현의 업적은 파킨슨병 관련 논문에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그는 왜 꿈에도 그리던 해방된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끝내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는 말이 없고, 나는 미안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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