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립운동가의 조국 <동아일보 2014-03-08> 책의 향기 _ 무명의 독립운동가 윤재현의 고뇌
작성일 : 2014-03-21   조회수 : 1869
◇어느 독립운동가의 조국/윤재현 지음/592쪽·3만5000원·나남

이 책의 저자 윤재현(1920∼1994)은 ‘장정’을 펴낸 김준엽, ‘돌베개’를 펴낸 장준하와 같은 길을 걸었다. 윤동주보다 세 살 어렸던 그는 윤동주와 일본 도시샤대 영문과를 함께 다닌 문학도였다. 그러다 1944년 학병으로 만주에 끌려간 뒤 탈영에 성공해 중국 충칭(重慶)에 있던 임시정부 청사에서 백범 김구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8개월간 6000리를 가로지른 결과였다. 그는 광복군에 편입돼 국내 침투훈련을 받다가 광복을 맞아 임정 요원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여기까지는 ‘장정’ ‘돌베개’와 비슷하다. 저자의 외조카인 김현주 광운대 교수가 일부 번역하고 엮은 3편의 글 중 2편은 해방공간에서 쓰였다. 1946년 4월 발간된 ‘우리 임시정부’는 임정의 역사와 공로를 정리한 팸플릿이다. 같은 해 10월 쓰인 ‘사선을 헤매며’는 자신의 생생한 체험담을 담은 최초의 학병탈출기다.

여기서 윤재현의 행로는 김준엽, 장준하와 엇갈린다. 194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 보스턴대 생물학과 교수로 26년을 봉직하다 미국에서 숨을 거뒀다. 그처럼 조국을 사랑했던 문학도가 왜 미국에서 유전학자가 된 것일까.

세 번째로 실린 장편소설 ‘동토의 청춘’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그가 미국에서 일본어로 쓴 이 작품은 1979년 일본에서 먼저 발표됐다. 중일전쟁기∼해방공간 일제의 만행과 한국 젊은이들의 고뇌와 저항을 담았다.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철이는 조국의 광복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길 저어한다. 반은 일본인으로 자란 자신이 해방된 조국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순정 어린 자격지심이 엿보인다. ‘나라 없는 설움’이 뭔지를 절절하게 느끼게 한다. 저자가 살아있다면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이전글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 <서울신문 2014-03-08> 日 사고대응 체계 실상과 시나리오로 본 열도 위기
다음글 어느 독립운동가의 조국 <한국경제 2014.03-07> 책마을_ 학병·독립군부터 美 정보국까지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