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4.01.25> 책의향기 - 동백
작성일 : 2014-01-27   조회수 : 2242
[책의 향기]‘실패한 혁명’ 동학농민운동, 소설로 생생하게 복원
동아일보 2014-01-25 03:00:00 편집

언론인 출신으로 두 권의 소설집을 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은 ‘실패한 혁명’ 동학농민운동을 소설로 생생하게 복원했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축멸왜이(逐滅倭夷)를 내세운 동학농민운동은 1년여의 기간에 연인원 30만 명의 농민이 참여했고, 최소 3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들의 항쟁은 일본군의 무력에 좌절됐고, 15년 뒤 조선은 일제에 병합됐다. 소설을 열고 닫는 인물은 동학농민운동 끝에 체포된 전봉준(1855∼1895)이다. 농민군을 이끈 지도자인 마흔 무렵의 전봉준은 소설 속에서 신비스러운 영웅이 아니라 리더십 있고 부하를 아끼는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시골 서당 훈장이던 전봉준은 잘못돼 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세상에 뛰어든다. 고부 군수 조병갑의 횡포에 항거하기 위해 전봉준은 1000여 명을 이끌고 관아를 습격한다. 이후 황토재 전투에서 승리하고,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기까지 이야기가 촘촘하게 이어진다. 소설 속 전봉준은 농민군 1만 명 중 500명 남짓 남은 처절한 상황에서도 지리산에 처자를 남겨 뒀다는 윤덕술에게 말한다. “그만 식구에게 돌아가시오. 살아남아 처자식을 지키는 일도 나라를 지키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입니다.”

전봉준은 패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다. ‘수많은 동학 접주와 그들을 따랐던 수십만 생령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당당하게 죽어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역적이라 부르는 자들을 말과 혼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것을. 제 피를 세상에 뿌려 살아남은 자들에게 죽은 자들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과 정치 사회 세력 간 적대와 반목을 일으킨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가능하면 역사의 사실에 충실하고 싶었다. 소설적 구성은 사실을 이어 주는 가교의 역할에만 머물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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