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길을 열다] “퇴계의 정신 중 가장 빛난 건 물러남”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22.09.20   조회수 : 71

저는 (퇴계에 대해) 학자라기보다, 사회적 약자까지 보듬고 배려하는 따뜻한 실천에 감동했습니다.”

 

새 책 뜻이 길을 열다:도산서원 원장 김병일의 참선비론(나남출판)을 펴낸 김병일(77) 원장이 19일 출간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그는 2008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1501~1570)과 남다른 인연이 됐다.

 

그는 이날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는 현직에 있을 때, 가정생활을 할 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퇴계 선생에서 비롯된 가치를 세상에 알려 좀 더 많은 사람이 저와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집필 동기를 전했다. 책에는 그가 뜻하지 않게 이사장을 맡게 된 과정부터 그간의 활동, 지금 시대 퇴계의 정신이 지닌 의미 등을 담았다. 수련원은 올해 초 누적 수련생 100만명을 돌파했다. 2002년 창립 이후 20년 만이다.

 

그는 퇴계의 정신 중 가장 빛나는 것 중 하나가 물러남’”이라며 특히 귀향부터 별세까지 19개월을 두고 정말 감동적인 것은 노쇠한 시기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일례로 퇴계가 평생 쓴 편지 가운데 약 20%에 가까운 573통이 이 시기에 쓴 것이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김 원장은 내용이 기가 막힌다며 일부를 소개했다. 대를 이를 증손자에게 젖을 먹일 여종을 보내달라는 손자의 요청에 여종의 갓난아기가 죽을 수 있다며 보내지 않은 것도 그중 하나다.

 

또 금슬이 좋지 않았던 제자 이함형에게 고향 집 앞에서 열어 보라며 써준 편지에는 부부의 도리와 남편의 역할을 강조하며 나는 두 번 장가를 들었지만 내내 불행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결코 마음을 박하게 먹지 않고 노력해온 것이 거의 수십 년이 됩니다라고 썼다. 퇴계의 첫째 부인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둘째 부인은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제자의 부부 금슬을 위해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낸 것이 퇴계의 진면목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고전적 덕목을 현대에 맞춰 실천하는 것을 강조했다. 오륜의 부부유별장유유서를 그는 남편과 아내가, 어른과 아이가 서로 존중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부자유친도 마찬가지. 그는 부모가 자녀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을 오늘날에 맞는 실천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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