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하나의 유럽 사상사] '인정'개념으로 본 유럽 사상사
매체명 : 한겨레   게재일 : 2021.07.16   조회수 : 309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 3세대에 해당하는 악셀 호네트(72)는 ‘인정’ 개념을 핵심 축으로 삼아 사유를 발전시켜온 철학자다. 호네트는 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정치사회연구소 초청을 받아 강연을 진행했는데, 최근 국내 출간된 <인정>은 그 강연 내용을 담은 책이다. ‘하나의 유럽 사상사’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호네트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세 나라의 사상적 전통에서 ‘인정’ 개념이 어떻게 다른 맥락에서 발견되고 발전해왔는지 짚는 ‘사상사’ 연구를 시도했다. 인정 개념은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없기에, 각각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어떤 인정 개념이 형성되고 발전해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작업의 주된 목적이다.

인정 이론은 주체들 서로 간의 관계가 타자에 의한 평가 또는 인정이라는 상호의존성을 통해 각인되어 있다고 본다. 다만 지은이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인정에 해당하는 개념이 서로 다른 맥락으로 발전해왔다고 본다. 프랑스 전통의 경우 지은이는 앙시앙레짐 해체 뒤 사회적 위계질서가 흔들리며 겪었던 갈등이 ‘부정적 인간학’으로서의 인정 개념을 발전시켰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일종의 자기과시욕구에 해당하는 ‘아무르 프로프르’를 인정 개념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다른 주체에 의해 자신의 속성이 부여되면서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릴 위험성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반면 영국 전통에선 ‘공감’ 개념 등 이와 같은 상호주관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되레 자기 통제를 위한 도덕적 규범으로 세우려는 입장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영국에선 자본주의의 빠른 확산에 따라 ‘소유개인주의’가 대두했는데, 이에 대해 철학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가 그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전면적인 갈등이 일어날 정도로 중앙집권적이지 못했고, 자본주의적 심성의 전파를 우려할 정도로 경제적 발전이 빠르지 않았던 독일의 경우는 이들과 또 달랐다고 한다. 지은이는 여기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서 주체의 조건으로 삼으려 한 전통을 찾아내고, 독일어권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구조에선 “시민계급이 정치적 평등과 공동 결정권의 획득을 통해 해방을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 중요했다고 봤다. 정리하자면, “프랑스적 맥락에서 사회적 지위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존립에 대한 개인적 욕구의 결과가 자기상실의 위험이었다면, 영국의 맥락에서는 사회적 동의를 얻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에서 도덕적 자기통제를 위한 마음가짐이, 독일의 맥락에서는 상호 인정으로의 압박에서 개인적 자기결정의 가능성이 도출된다.”

 

체계적인 결산을 시도하며, 지은이는 “독일 관념론 전통에서 유래하는 인정 이해를 세 모델 모두의 통합을 위한 이론적 받침대로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독일적 전통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인간 주체들이 공동의 규범에 대해 판단할 권위를 갖춘 존재로 서로를 인정한다는 전제”를 중심에 놓고, 서로 다른 인정 모델들을 서로 보완하게끔 만드는 방식으로 ‘상호 인정’을 발전시켜 나아가보자는 제안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더 많은 사회문화권에서 인정 개념의 다른 계보를 찾아내야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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