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다시보기] [리더의 책장] 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이 추천한 '문명 다시보기'
매체명 : 메트로신문   게재일 : 2021.05.13   조회수 : 417

[메트로신문] 역사적으로 성공하여 세계적인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문명과 그렇지 못한 문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COIVD19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로 쓰이게 될 것이며,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역사를 '문명'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본 책은 역사, 인류학, 공학 등 5명의 전문가가 각자의 분야에서 문명을 키워드로 접근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원래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짧은 글에서도 각 분야 전문가의 식견이 잘 돋보이는 책이며 이를 통해 지금의 상황을 "문명"이라는 창을 통해 고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중화 문명은 인류 역사에서 유일하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문명으로, 과거에는 서양보다 앞선 화려한 성과를 누려 왔었다. 하지만 아편전쟁 같은 사건으로 대표 되듯이 근대에 처절한 침체기를 겪게 된다. 서경호 교수는 근세에 일어난 중국 문명의 침체의 원인으로 '과거제도'라는 교육 및 인재 천거 방식을 들었다. 과거는 정치적 파당이 아닌 시험을 통한 인재 추천의 방법으로 초반에 긍정적이 혁신적인 제도였다. 하지만 교과서적 지식만을 기반한 폐쇄적인 시험을 통한 인재 선발은 시대가 지날수록 지식인들의 사상적 다양성을 제약했고, 외부 변화나 실용적인 분야를 무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평생 과거시험 준비에만 몰두했던 관료집단이 또 다른 기득권층이 되었고 개방적인 혁신을 제한하여 문명의 쇠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였다.

 

그렇다면 개방적인 혁신의 성공사례는 무엇일까? 중국에 대비되어 세계사의 주도권을 잡게 되는 것이 서구 문명이며 이는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통해 일어난다. 주경철 교수는 영국에서 시작된 혁신의 이유를 '거대발명'과 '미시발명'의 선순환으로 설명한다. 거대발명이란 생산성 급증의 원천이 되는 근본적인 발명이며, 미시발명은 거대발명의 결과를 더욱 개선해 이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게 만드는 발명이다. 돌파에는 거대발명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적용에는 미세발명이 결과이기 때문에 혁신에는 이 두 가지 발명이 모두 필요하다. 그럼 이 혁신이 왜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는가? 발명의 원동력은 과학원리를 알고자 했던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경제적인 보상이며, 영국은 발명가에게 적합한 보상을 해줄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기초연구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의해 주도되어 그 원리가 전 유럽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 원리가 혁신적인 발명으로 이루어진 것은 영국이었다. 당시 가장 높은 고임금으로 고통받았던 영국에서 사업가가 증기기관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준 발명가에게 경제적 보상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금 인류에게 닥친 미래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기존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육체적인 노동력을 대신하는 기계장치의 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전환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혁신은 기계가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또 다른 거대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이와 동시에 급격한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직면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문명의 멸망이 자원의 부족이나 환경파괴가 주원인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바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이 자원의 소비 증가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단순한 소비 감축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원 고갈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경우 교수는 기술발전을 통한 새로운 재료의 개발과 동시에 재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아직도 많은 젊은이가 입시와 공무원 시험에 몇 년씩 소비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도 새로운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노벨상을 기대하는 큰 발명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꾸준한 개선도 필요하다. IT 강국을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인간의 뇌를 기계가 대신하게 되는 AI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혁신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다양한 문명발전의 길을 제시한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은 다음 글쓰는 이로 이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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