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크리에이터] 가자 서부로, 노다지 캐러! [최보기의 책보기]
매체명 : 시사저널   게재일 : 2021.02.23   조회수 : 23
1970년대, 시골에서 무작정 서울 구로공단으로 간 ‘영식이’는 노래를 곧잘 불렀다. 그가 트롯(뽕짝) 한 가락을 간드러지게 뽑아대면 주변 사람들은 ‘남진, 나훈아 뺨 친다’며 박수를 쳐댔다. 이 박수에 홀린 영식씨는 가수가 되기 위해 콩나물 죽을 먹기로 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표어를 천장에 붙여놓고 죽을 힘을 다했지만 그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져야 했다. 배호, 현인, 이미자, 하춘화, 남진, 나훈아, 송창식, 양희은, 조용필 같은 가객들 발 아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영식이들’의 피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이들을 하늘의 별(스타)에 빗대는 것이다.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프로 스포츠 선수, 음악가, 미술가, 요리전문가(쉐프) 등등 어느 분야든 대중 스타가 되는 길이 멀고 험난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공통 덕목을 치라면 필시 ‘독창성과 끈기’일 것이다. 자신만의 남다른 실력을 무기로 대중들이 그 가치를 알아줄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SNS가 유행 하기 전에 팟캐스트(팟캐)라고 있었다. 유튜브가 개인 TV 채널이라면 팟캐는 소리만 듣는 라디오다. 수많은 팟캐스터들이 명멸했던 가운데 군계일학은 누가 뭐래도 ‘나꼼수’(나는 꼼수다)다. 나꼼수가 그렇게 떴던 배경은 ‘독창성’이었다. ‘쫄지마 **’로 대변되는 그들의 콘텐츠는 기존 공중파 방송이 심의 때문에 넘지 못하던 벽을 깨고 ‘찧고 까불어댐’으로써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B급에 충실했다.
지금 SNS의 대세라는 유튜브의 몇몇 스타 유튜버들이 잿팟을 터뜨려 빌딩주가 됐다는 소문(?)에 너도 나도 유튜버가 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 마치 금광을 찾아 서부로 몰려가던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쉬를 연상케 한다. ‘오늘 네가 마지막 삽질을 포기하고 떠난 자리가 내일 오는 사람의 첫 삽질에 터지는 노다지’라는 금언이 이 시절 금광을 찾는 사람들의 표제어였다. 바로 ‘끈기’를 말하는 것인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다음 대목이 똑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떤 사내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5년 동안 99만9999개의 돌을 깨뜨렸지만 허사였다. 끝내 꿈을 포기한 사내는 5년 간의 헛고생에 화가 나 돌 하나를 세차게 집어 던졌다. 그런데 그 돌이 깨지면서 커다란 에메랄드가 빛났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 그의 삶에 개입한 것이었는데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는 명언의 출처가 바로 여기다.

《컨텐츠 크리에이터》 저자 천현숙은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의 학자다. 독창성과 끈기 중 주로 독창성에 견줘 현재 SNS 등에서 잘 팔리는 컨텐츠들을 연구, 분석했다. ‘게나 고둥’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발군의 컨텐츠들을 분석함으로써 나만의 컨텐츠를 차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 천현숙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 면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음으로써 신의가 무엇인지 가르쳐 준 오빠 천윤기에게 이 책을 선물로 드린다’고 했는데 필자는 그러한 천윤기님에게 이 서평을 선물로 드린다.

첨부파일 컨텐츠 크리에이터_앞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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