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시인들이 산다. 어느 아파트를 향해 시인들 나오시오, 하고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면, 한 집 걸러 사람들이 삐죽이 머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오늘 우리나라는 시인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시인들이 살고, 또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쓰는 이 시들을 과연 누가 읽겠는가 생각해 보면, 스스로 아득해진다. 독자들은 고사하고 시인들조차 잘 읽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쓰고 있는 이 시는 아마도 아무도 읽지 않을, 쓰다 만 자서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가을 하늘 저 깊이, 잠시 들리다 말, 내 북소리 같은 자신의 시를 자꾸 두들겨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피 두 잔 거푸 마시면서 많이, 많이 시를, 시의, 시에 관하여 생각해 보는, 어느 아침의, 아프고도 또 슬픈 시인의 자화상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