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하는 지성] “20세기형 기능적 전문인 아닌 도전하는 지성 돼야”
매체명 : 문화일보   게재일 : 2018-11-27   조회수 : 580
염재호 高大총장 미래학 서적‘개척하는…’펴내
“미래 불안해하는 젊은이들 개척정신 가져야 희망 생겨 실패 두려워않는 패기 중요”
 
“지금 우리 사회가 미래를 향하기보다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많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미래를 살아야 하는 데 말입니다. 이념이나 감성에 치우쳐 현실을 왜곡되게 보고, 미래를 겁내고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염재호(사진) 고려대 총장이 최근 펴낸 책 ‘개척하는 지성’(나남 발행)은 미래학을 담고 있다. ‘21세기 뉴노멀 사회의 도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해 성찰한 내용을 전한다. 총장으로 일하면서 지난 2년간 주말이나 해외 출장 등 자투리 시간을 모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책은 문명사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21세기의 모습을 각 영역에서 생생하게 그려낸다. 세계적 미래학자와 석학들의 저서를 다양하게 인용하고, 객관적 자료들을 풍성하게 제시한다. 그럼에도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부드러운 수필처럼 읽힌다. 저자가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 학회에서 대화를 나눈 국내외 교수들과의 일화를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새로운 보편적 현상, 즉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데도 그 변화를 인정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도 솔직하게 털어놔 공감을 산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거실에서 컴퓨터 게임을 중계하는 케이블 TV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너무 한심해서 야단을 쳤다. 그런 후에 바둑 채널을 통해 대국 중계방송을 보다가 문득 머리를 치는 생각이 있었다. 바둑은 이전 세대가 하는 게임이고 스타크래프트는 요즘 세대가 하는 게임 아닌가. 도대체 뭐가 다르지. 자신에게 익숙지 않다고 젊은이들이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비난하는 고루한 기성세대가 된 것 같아서 씁쓸했다. 
책은 그 씁쓸함을 극복하고 싶은 한 지성인의 성찰 노트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을 절실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중산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청년 실업의 급속한 증가는 문명 대전환기에 나타나는 산업구조 및 노동구조에서 비롯된 세계적 보편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경직화하기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무조건 파트타임 근로자를 풀타임 근로자로 정규직화하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다.
 
정부가 자기들만이 정답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시장과 사회를 규제하고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하면 사회가 왜곡되고 비효율이 증대된다. 산업을 돕는다면서 시장에 간섭하고 규제하고 통제하면 실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은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이 아니라 나눔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학은 정형화된 지식 전수 위주의 고등교육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 연구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 
리처드 돕스 등이 책 ‘미래의 속도’에서 주장한 것처럼 21세기 인류가 경험하는 변화의 속도는 산업혁명 때보다 10배 더 빠르고, 300배 더 크고, 3000배 더 강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은 변화하는 시기에 빠르게 미래를 읽어내고, 구체적인 인류 진화의 산물을 창출했다. 이를 통해 혁신과 창조를 이뤄 남들과 다른 부를 축적했다. 이것이 개척하는 지성의 능력이며, 미래 세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우리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처럼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대기업 취직에만 목매는 것은 어리석다고 강조한다. 20세기형 기능적 전문인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조직에 매이지 않고 방랑자처럼 살면서도 스스로 정한 규율에 따라 글을 써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예에서 보듯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는 지성이 돼야 한다. 인공 시대에도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 암묵지(暗默知)를 키우고, 독창적인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저자는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기존 노멀을 버리라는 것. 예를 들어, 기술 개발자는 기존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빨리 양도하고 또 다른 것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하는데, 아까운 마음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방과 포용이다. 인류 역사상 제국이 되었던 나라의 공통점은 다른 나라에 개방적이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 기업보국으로 나라의 가난을 몰아내는 데 기여한 정주영 현대 창업자나 로봇을 이용한 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들어낸 데니스 홍 UCLA 교수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패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첨부파일 개척하는지성_앞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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