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돌석] 서른 짧은 생 불꽃처럼 살다간 신돌석, 설은 신화 넘어 역사로 부활하다
매체명 : 스포츠경향   게재일 : 2018-08-24   조회수 : 1178

한반도 격변의 시대는 오늘에만 있지 않았다. 구한말 한반도는 열강의 난도질에 제 몸을 그대로 내 맡겨야만 했다. 헐고 나약한 시대를 오늘날로 견인해 그나마 반석에 올린 것은 민초들이다. 당시 이 민초들의 이름 중 교과서를 통해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인물이 ‘평민 의병장 신돌석’(1878~1908)이다.


그가 소설로 부활했다. 뛰어난 용력으로 ‘태백산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은 신돌석이 <평민 출신 의병장>( 백상태 지음, 나남 펴냄, 1만4800원)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거듭났다.

역사서에 몇 줄 이름을 올린 이들은 누구랄 것 없이 축지법을 쓰고,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 잡는다. ‘소문’(?)으로 알고 있는 신돌석이라고 다를 게 없다. 신돌석 의병장이 주로 활동했던 동해안 지역과 태백산맥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그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한다. 축지법을 썼고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 잡았으며 손가락 굵기의 부젓가락을 종이처럼 휘고 폈다는 식의 다소 허황된 내용들이다.
 
서른도 되기 전에 의병 활동에 헌신했고, 서른이라는 안타까운 나이에 생을 달리한 신돌석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교차한 탓이다. 다시 말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 이야기에는 백성들의 잠재적 희망 혹은 대리만족이 반영됐다.

그러나 소설가 백상태는 그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최초의 ‘평민 의병장’이라는 역사 속 인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소설가 백상태는 신돌석의 짧은 삶에서 축지법 등 신화적 요소가 가득했던 허황된 이야기를 걷어내고, 신돌석을 20세기 초 조선 격동의 시대에서 대의를 위해 싸웠던 인물임을 견고한 필체로 써내려갔다. 철옹성 같던 신분제도를 극복하며 개인의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역사 속 인물로 재조명한 것이다. 여기에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덧댄 한시와 격문 등은 작품 속에 녹아들어 뜨거운 울림을 준다, 소설 <평민 출신 의병장>은 전문 연구서를 꼼꼼히 연구하고 치밀하게 반영해, 전설 혹은 구비문학으로만 신돌석을 접했던 독자에게 ‘인간 신돌석’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소설가 백상태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중앙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지한 이준년으로부터 한학과 유학 경전을 배웠으며, 잡지사와 기업체 홍보실에서 일했다. 198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됐고, <어떤묘> <그 여름> <냄새 고(考)> <수입리에서>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소설 <평민 출신 의병장>을 통해 신돌석은 비현실적 영웅 모습 대신, 몸부림치며 한 시대를 살다 간 이 땅의 민초 가운데 특이하게 뛰어났던 한 인물로 그려졌다. 이 소설은 작가가 고향 친구로부터 ‘영릉의진유사’라는 필사문서를 건네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이 시대를 이렇게 살고 있는 데, 신돌석은 그 시대를 그리 살았다. 소설은 타임머신이 돼 독자를 100년 전으로 타임슬립시킨다.
 
첨부파일 소설 신돌석_앞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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