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영의 참모들] 항명과 무단 행동을 일삼는 군인들
매체명 : 주간경향   게재일 : 2018-08-23   조회수 : 547

<대본영의 참모들> 위톈런 지음·박윤식 옮김·나남·2만2000원

 

 국군기무사령부가 ‘해편’의 진통을 겪고 있다. 방첩과 쿠데타 방지라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도 금지된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행사한 촛불시위에 대해 계엄령 계획으로 맞선 것은 범죄 여부를 떠나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이다.

 

군대란 무엇인가? 국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조직과 달리 중무장을 하고 군대 자체적으로 모든 활동이 완결되는 집단이다. 폐쇄적인 특성과 비상시에 대처해야 하는 역할이 맞물려서 어느 사회에서나 섬처럼 고립된 것이 군 조직이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상명하복의 원리가 군대의 생명처럼 강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무사령관이나 부대장이 상관인 국방부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이른바 ‘하극상’의 장면을 보는 국민들은 벙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위톈런의 <대본영의 참모들>에는 엘리트 군인들의 항명과 무단 행동이 가득하다. 대본영은 일본 군부의 컨트롤타워이고 이를 움직인 핵심이 참모들이다. 1931년의 만주사변부터 1945년 패전한 태평양 전쟁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망국으로 인도한 주체 중의 주체다. 상부의 지시 없이 멋대로 무력을 사유화한 출발점은 중국의 동북왕 장쭤린을 암살한 황구툰 사건이다. 만주에 주둔한 일본 관동군 참모들은 본국의 지휘 없이 독단적으로 타국의 원수를 살해했지만 아무도 군법회의에 회부되지 않았고 심지어 조사조차 전무했다.

 

하극상의 하이라이트는 만주사변이다. 일본군 대좌급 참모들은 자기네 관할이던 만주철도를 스스로 파괴하고, 이를 중국 측에 뒤집어씌워 침략전쟁을 개시했다. 그런데도 전쟁을 기획한 이시와라 간지는 일개 중좌에서 육군 서열 3위로 벼락출세했다. 사고를 치려면 오히려 크게 칠수록 대성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일까. 엘리트 장교들의 머리에는 브레이크가 없고 오직 액셀러레이터만 존재했다.

 

1937년 대본영 참모 출신의 관동군 현지 부대장은 중국과의 전면전을 맘대로 일으킨다. 당시 노구교 사건의 주역인 무타구치 렌야는 일본 패망의 단초를 제공했고 미얀마에서 부하 10만명을 굶겨 죽였지만, 바로 그 이유로 연합국 승리에 일등공신이 되었기에 무사히 귀국한다.

 
 전쟁을 출세의 도구로 활용하고 상관이나 사령부에 항명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대본영의 엘리트들은 동질감과 연대감이 너무 강해서 자신들의 잘못, 군의 과실을 결단코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대본영 참모의 전형으로 총리와 6개 대신을 겸임한 도조 히데키가 결자해지의 대미를 장식한다. 침략전쟁의 책임을 물어 도쿄 재판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것이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자기만 옳다면서 상사를 욕하고 부하를 속이면서도 늘상 실패만 일삼는 사람을 ‘대본영 참모’라고 부른다고 한다. 군인 중의 군인이라는 대본영 참모들의 일탈과 실패는 왜 군대에 문민통제가 필수적인지를 실감나게 입증한다.

대본영의 참모들_앞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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