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매일 370명씩 선비 수련… 곧 50만명 넘을 것"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18-01-25   조회수 : 630

김병일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도산서원 등서 퇴계 사상 익혀
은퇴 교장 100여 명이 수련 지도

 

"첫해 수련생이 200여 명이었지만 작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온 수련생이 13만6000여 명이 됐습니다. 하루에 370명꼴이지요. 신한은행, 포스코 같은 대기업 간부들도 자주 오는데 누적 수련생이 이미 46만명을 넘어 올 3월이면 50만명을 돌파할 겁니다." 김병일(73) 경북 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수련생들이 퇴계의 선비 정신에서 존중·배려 같은 인생과 경영에 도움 되는 가치를 배워 간다며 다들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수련원은 조선 중기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경(敬)' 사상과 선비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2001년 안동시 퇴계 종택(宗宅) 뒤 산기슭에 문을 열었다. 수련원생들은 유생들이 쓰던 유건(儒巾·검은 베로 만든 실내용 관모)에 도포 차림으로 입교한 뒤 하루에서 사흘까지 일정으로 머물며 도산서원과 하계마을, 노송정, 학봉종택 등 퇴계의 삶이 배어 있는 현장을 직접 답사한다. 또 명상길 걷기 등을 통해 '간사한 생각을 버리고 좋은 일을 하라'는 퇴계의 심신수련법인 '활인심방(活人心方·사람을 살리는 마음 수양법)'을 익힌다.

 

통계청장·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거친 그는 2007년 말 수련원 이사장직을 제안받았다. 34년 공직 생활을 마치고 한문(漢文) 서당을 다니며 대학·논어 등 고전을 공부하던 때였다. 도산서원과 퇴계 종택을 자주 찾던 그를 눈여겨본 수련원 이사회 측이 그를 낙점(落點)한 것이다. "부임 이후 교직원에 한정돼 있던 수련생을 직장인과 초·중·고교생, 군인 등으로 넓히고 시설도 확장했지요." 김 이사장은 "특히 전국 초·중·고교에서 정년 퇴임한 교장선생님들을 현장에서 해설 안내 역할을 하는 지도위원으로 모셨는데 현재 100여 명의 지도위원이 매우 만족해한다"며 "은퇴 이후 삶의 좋은 모델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매주 5일 정도 수련원 내 숙소에서 숙식하며 수련생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매일 오전 5시 30분쯤부터 1시간 30분쯤 산책하며 퇴계 선생의 시를 암송합니다."
이렇게 외운 시가 180수(首)에 달한다고 했다. "애송(愛誦)시는 '시습재(時習齋)'입니다. 도산서당에 기숙하던 유생들의 공부방 이름이기도 하죠. '깊이 있는 공부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즐거운 일'이라는 시의 뜻을 매일 곱씹고 있습니다."
 
그는 "퇴계 정신의 핵심은 박기후인(薄己厚人·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은 관대하게 대한다)"이라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는 정반대 의미"라고 했다. "나이와 신분·정치적 입장을 떠나 인간을 존중하고 지(知)·덕(德)을 강조한 퇴계 선생의 정신은 '갑을(甲乙) 관계'나 '세대 갈등'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며 가치 있는 인생을 살도록 하는 귀중한 정신문화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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