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의 도덕 정치사상] 간디는 왜 톨스토이에 푹 빠졌을까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18-01-20   조회수 : 659

대영제국의 마지막 인도 총독인 루이스 마운트배튼 백작(1900~1979)은 “역사는 간디를 예수와 부처의 동급으로 간주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1월 30일은 ‘인도 건국의 아버지’ 간디 서거 70주년이다. 이슬람에 대한 간디의 ‘유화적’ 태도에 불만을 품은 힌두교 청년이 그를 암살했다.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1869~1948)는 정치가·독립운동가였고 또한 사상가·종교가였다. 간디가 인도 독립의 도구로 발전시키고 완성시킨 무저항·불복종·비폭력·비협력주의는 인도를 넘어 미국 민권운동(1954~68)을 비롯한 전 세계 평화적 사회운동에 큰 영감을 줬다. 우리나라 ‘촛불 혁명’의 전개 방식 또한 간디와 무관하지 않다. 간디를 대성(大聖)이라는 뜻의 ‘마하트마(Mahatma)’로 부른 타고르(1861~1941)는 간디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상보다는 사람을 사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간디는 사상가다. 정치 사상가면서 종교 사상가다. 쉽게 그 전모를 파악하기 힘든 위인이다.
  
사상가를 이해하려면 그가 쓴 글을 읽어봐야 한다. 하지만 간디는 주저(主著)가 없는 사상가이다. 그러나 엄청나게 많은 글을 남겼다. 인도 정부에서 출간한 『간디 전집』은 98권 분량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도덕·정치사상』(The Moral and Political Writings of Mahatma Gandhi: Civilization, Politics, and Religion, 1986, 이하 『마하트마』)은 간디가 남긴 칼럼·연설문·서신 등에서 도덕과 정치에 대한 글을 세 권으로 집약했다. 간디는 여러 잡지의 편집인이기도 했다. 자신이 발행하는 매체에 매주 기사를 썼다. 하루 최고 70통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간디는 매일 새벽부터 점심때까지 뭔가를 항상 집필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1973년 『마하트마』 영문판이 나왔으며 2004년 한글판 초판,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1권의 큰 제목은 『문명·정치·종교』, 2권은 『진리와 비폭력』, 3권은 『비폭력 저항과 사회변혁』이다. 어떤 사상이 퍼지려면 글쓴이 못지않게 엮은이가 중요하다. 『마하트마』의 엮은이는 브라만 계급 출신인 라가반 이예르(1930~1995)다. 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났다. 15세에 대학에 입학하고 18세부터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신동이었다. 1962년 옥스퍼드대에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오슬로대·가나대·시카고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으나 가장 오래 재직한 대학(1965~1986)은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였다. 대형 강의실에 운집한 그의 학생들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강의에 감격한 나머지 기립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예르 교수는 평생 동양과 서양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 장막(glass curtain)’을 제거하기 위해 분투했다.
  
이예르 교수는 간디의 여러 모습을 드러낸다. 간디는 사람이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간디는 또한 현대 문명을 단죄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하트마』에는 탈현대적 의미가 있다. 간디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봐도 무방하다. 


어떤 사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는 저자 못지않게 역자도 중요하다. 『마하트마』는 허우성(65)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옮겼다. 허 교수는 경희대 부설 비폭력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간디 관련 저술로는 단행본 『간디의 진리 실험 이야기』와 논문 ‘간디, 이토, 안중근: 문명의 충돌’ 등이 있다. 『마하트마』는 ‘한국의 간디’라 불리는 함석헌 선생(1901~1989)의 간디 해설을 수록하고 있다. 함석헌은 『간디 자서전: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한길사)를 번역했다.
  
다른 수많은 역사적 위인들과 마찬가지로 간디의 진면목은 파악하기 힘들다. 간디는 프로파간다에 능한 정치인이었으며, 영성 지도자이기도 했다. 사실은 세속적 휴머니스트라는 주장도 있다. 힌두교의 영성 부흥에 공헌했는가 하면, 톨스토이에 매료되기도 했다. “간디는 몸만 인도인이며 정신적으로는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유럽인이다”라는 평가도 있다. 누구 이야기가 맞는지 직접 알아보려면 『마하트마』 1권의 톨스토이 관련 항목(218~242페이지)을 읽어야 한다. 역시 최종 판단은 독자의 몫. 직접 읽고 판단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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