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사회학자 송호근 소설 '강화도'로 이병주국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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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장편소설  『강화도』를 출간한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61) 교수가 문학상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경남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다. ‘학병세대’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생전 초인적 생산량으로 유명했던 나림(那林) 이병주(1921∼92)를 기리는 이병주국제문학상의 10회 수상자가 됐다. 사회학과 문학적 상상력을 오가며 당대의 고민을 신문 칼럼과 소설에 담아낸 공로다.  『강화도』는 구한말 유장(儒將) 신헌(1811∼1888)이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을 덜 불리하게 담판 짓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송 교수는 이날 소감을 묻는 전화통화에서 “문학으로 귀환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내가 40년간 사회과학을 해왔는데 사회과학은 폭력의 논리다. 결코 인간을 구제하지 못한다. 오직 문학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통지서를 받았지만 아마 문학 영역으로 진입하지는 못하고 계속 귀환의 길에 머물 것 같다. 문학이라는 게 목적지가 없다. 모든 사람이 귀환의 길을 가는데 내가 거기 합류한다”며 앞으로 소설 쓰기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송 교수는 “대학 시절 이병주 소설을 많이 읽었다. 당대 현실에 대해 이렇게까지 고민한 세대가 있는데 우리는 뭐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병주의 고민은 이를테면 학병세대의 고민이었다. 일제 치하, 남북 분단, 극단적인 좌∙우 대립을 겪으며 현실 문제를 문학을 통해 상상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송 교수는 “이병주 선생은 ‘세계가 암울하더라도 권력은 상상의 세계를 건드리지 못한다. 우리는 그래서 상상의 세계로 망명한다’, 이런 생각에서 현실을 상상적으로 재구성하려 했다. 건방지지만 나도 알게 모르게 그런 선생의 궤적을 따라온 것 같다고 시상식에서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이병주 식의, 이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고민은 송 교수에게는 역시 남북 문제다. “다음 작품에서 월북 작가 김사량(1914~50)을 다루려고 한다”고 밝혔다. 동경제대를 졸업하고 북한을 선택해 인민군 종군작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작가다. 그를 다룬 소설을 통해 역시 사회과학은 하지 못하는, 남북 화해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하동 포구는 지리산에서 우당탕탕 시작한 섬진강이 초심을 잃지 않고 낮은 깊이로 흐르는 강의 하구”라며 “내가 사회학자이기는 하지만 아주 조용하게 하구에 닿을 때까지 그렇게 흘러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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