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 좌파적 가치의 덫
매체명 : 문화일보   게재일 : 2008-08-22   조회수 : 6335
원로 언론인의 칼럼집이다. 저자는 1963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런던특파원, 편집국장,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지냈고, 지금까지 45년 동안 줄곧 신문에 글을 써온 ‘현역 언론인’이다. 그는 “비뚤어진 진보 좌파세력에 대한 비판을 대종으로 삼고, 영국 특파원 시절의 이야기, 기자로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쓴 글들을 모아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지식이 모자라고, 경륜이나 통찰력이 더욱 부족한 사람이 글을 써 책으로 내는 게 여간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만, 지기(知己)인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추천사에서 “천부의 기자였던 저자도 나이가 들면서 말과 글이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간혹 던지는 말투나 세상평을 들어보면 날카로움이 여전히 번득인다”고 평했다.

책은 ‘진보좌파의 덫’을 비판하는 칼럼들이 주종을 이룬다. 중산층 몰락, 실업 파동, 평등교육과 3불정책 문제, 노무현 정부의 뒤틀린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한국 경제의 국제경쟁력 약화, 한국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 노조의 생떼파업, 좌파정부의 인사 문제, 신뢰가 실종된 사회 등을 소재로 다뤘다.

저자는 ‘파킨스 법칙’(공무원 수는 일의 양에 관계없이 계속 늘어난다)을 들어 노무현 정부의 비대화한 관료조직과 만연했던 낙하산 인사 관행에 일침을 가한다. 또 고담준론이 오갈 뿐 실속이 없는 ‘위원회 공화국’을 비판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잃어버린 게 있으면 신고하라. 찾아드리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저자는 “나라의 기틀이라 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가 훼손되고 전통 우방과의 관계에 마찰음을 내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가고 있다. 우리는 10년 동안 대한민국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잃어버렸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나는 진보좌파 정부가 들어선 지난 10년간 특별히 정부와 집권세력을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경쟁보다는 형평과 분배, 성장보다는 평등과 복지를 우선하는 좌파적 가치의 덫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경제발전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 밝힌다. 그러면서 그는 “칼럼 내용이 솔깃한 얘기보다는 거슬리는 얘기, 달콤한 소리보다 듣기 싫은 소리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고 했다.

책 후반부는 영국 특파원의 경험과 서슬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올챙이 기자’로서 겪었던 고초를 다뤘다. 영국 대학의 전통과 사립학교 교육제도의 우수성은 교육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교육이 본보기로 삼을 좋은 예다. 또 외환보유고 고갈, 차관 문제 등을 다룬 기사를 썼다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던 경험 등을 이야기하면서 “(기자로서) 참으로 암울하고 어두웠던 권위주의 시대의 이야기”라고 토로한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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