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너 자신을 써라”
매체명 : 포커스신문   게재일 : 2008-09-22   조회수 : 5699
여성학연구자 2인이 쓴 페미니즘 이론서
진정한 양성평등 구현 위한 방법론 제시

▶ 새로 태어난 여성 (엘렌 식수-카트린 클레망 공저, 나남 펴냄) = 낮과 밤, 지성과 감성, 그리고 능동성과 수동성….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짝지음으로 보이지만, 여기엔 여성차별의 논리가 스며 있다.

남성위주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사물은 이항대립적으로 짝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둘 중 하나는 우등한 대접을 받았다. 그것은 항상 남성, 그리고 남성적 자질이라고 간주되는 것들이었다.

1974년 유럽 최초로 파리 8대학 내에 ‘여성학 연구센터’를 창설한 엘렌 식수는 ‘여성을 뭔가가 결여된 남성’, 혹은 그의 파생물로 보는 태도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남근중심주의(Phallocentrisme)’의 근원을 공격했다. 그녀는 남근중심주의가 이른바 남성의 우쭐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싹텄다고 주장한다. 남성들은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성에 여러 가지 금기를 부과하고, 그것의 발현을 막았을 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 자신들의 몸, 다시 말해 자신들의 성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여성해방을 위해선 여성성의 해방, 그러니까 ‘남성에 의해 억압된 여성의 몸을 아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식수는 실천적인 방법으로 ‘여성적 글쓰기’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검은색’이 죽음과 어둠, 악 등 온갖 부정적인 의미가 모여 있는 상징이 된 상황에서 흑인들은 자기비하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남근중심주의가 만들어놓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 언어체계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완전한 자기등정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여성적 글쓰기’의 핵심은 남성의 언어에 오염되지 않은 언어를 찾는 것이다.

식수가 상상력과 언어의 문제에 치중해 여성해방을 논했다면, 오랫동안 저널리즘에 종사한 카트린 클레망은 여권운동에서 정치적 행동을 중요시한다. 그녀는 중세의 마녀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특징적인 여성 질환인 히스테리를 앓는 여성 환자들을 연결시켜 이들의 사회적 함의를 다뤘다. 마녀와 히스테리 환자는 모두 ‘자신들의 욕망을 내면에 가두고, 눈물을 들이마시고, 외침을 목구멍 깊숙이 삼킴’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들이 보이는 발작은 격렬한 감정발산을 통해 그 사건으로부터 해방되는 현상이다.

마녀사냥을 펼친 중세의 권력자남성들과 히스테리 환자를 정의한 남성학자들은 현상의 모든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클레망은 “죄인은 언제나 여성이었다”면서 죄의 역사를 종식시킬 것을 주장한다.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주장한 보부아르가 탄생한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페미니즘 100년 역사를 돌아보면서 식수와 클레망의 주장을 곱씹는 것도 꽤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영순기자 yspark@fn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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