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333>광기의 역사
매체명 : 한국일보   게재일 : 2008-06-25   조회수 : 7112
우리는 이성이고 그들은 광기인가

광기의 역사
미셸 푸코 / 나남출판

1984년 6월 25일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58세로 사망했다. 동구권 몰락 이후 20세기말의 한국 지식사회를 푸코만큼 풍미한 이름도 드물다. 철학은 물론 예술비평, 언어학, 정신병리학, 성정치학에 이르는 푸코의 저서들과 그에 관해 쓴 수십여종의 책이 쏟아졌었다. 푸코의 <말과 사물>과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가 “빵처럼 팔려나가는” 나라가 프랑스라는 비유도 있지만, 푸코는 한국의 한 시대에서도 그랬다.

<광기의 역사>(1961)는 푸코의 소르본대 박사 논문, 나중에 다기하게 뻗어나간 그의 사유의 뿌리가 들어있는 책이다. 푸코의 이름 앞에는 구조주의자, 신좌익, 포스트모더니스트 등의 수식이 붙지만 기본적인 그의 관심은 ‘근대’라는 현상의 탐구에 있었다. 그는 이성을 모든 것의 기반으로 삼는 서구적 관점에 회의를 던지고, 새로운 눈으로 인간과 역사를 보려 했다. 들뢰즈가 푸코를 일러 “19세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가장 완전하고 유일한 20세기의 철학자”라고 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다.

푸코가 주목한 것은 이성이 아닌 비이성,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다. 그는 권력과 지식이 결탁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는 경계를 설정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사상이나 행동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지배의 방식이라고 본다. <광기의 역사>는 중세 이후 19세기까지 이성의 광기에 대한 배제와 억압의 역사를 쓴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신병원의 탄생 과정에 대한 추적이다. 푸코에 따르면 정신병원은 환자 치료를 위한 인간적 장치가 아니라 권력이 배타적, 독선적인 기준으로 광인을 추방하고 감금해온 장소이다. 그는 <감시와 처벌>에서는 감옥을 단순한 범죄자들의 수용소가 아니라 권력의 사회통제를 위한 전략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정신병원과 감옥이라는 기관으로 대표되는 근대사회 자체를 푸코는 거대한 감금, 처벌, 감시의 체계로 보고, 보다 나은 사회를 꿈꿨다. 그 자신 소수자로 배제당하는 숙명에 저항하며 살았던 푸코의 사인은 에이즈, 그는 동성애자였다.

<한국일보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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