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읽기와 글쓰기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08-02-16   조회수 : 7167
배움과 한국인의 삶
전상인·정범모·김형국 엮음 | 나남 | 365쪽 | 1만8000원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도대체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가? 지식 추구가 출세의 목적이라는 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교학관(敎學觀)을 생각해 볼 때 사실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합격증과 졸업장과 자격증은 어사화(御史花)와 마패(馬牌)의 현대적 변용이 아닌가? 하지만 정범모 한림대 석좌교수는 출세욕에 의한 공부를 우려한다. 출세라는 간판을 따낸 다음엔 지식 추구를 중단하고 포기하게 된다. 공부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학자와 교수 출신 장관들이 유독 많은 것도 바로 이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간판만 따면 된다는 생각에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는 교학의 내용과 방법에는 무관심해진다. 지금과 같은 느즈러진 학사규율로는 실력이 제대로 길러질 리가 없다. 기업들이 제발 대학에서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 달라고 불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나 베토벤의 교향악처럼, 창의력을 통해 그때까지 세상에 없던 새롭고 뜻 있는 것을 만들어 냈을 때 아하!라는 감동이 샘솟을 수 있는 지식의 희열이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정 교수와 김인회·한형조·전상인·안병영·이진우·김난도·최재천 교수 등의 학자들이 함께 집필한 이 책은, 정신 기본 일선 실용 미래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눠 한국인의 배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정호 교수는 "배움과 가르침의 목적은 의무교육기관 중 제 나라 말과 글로 어디서나 제 생각을 말하고 적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초 없는 무지렁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창 교수는 "넓게 읽되 깊게 읽지는 않는 현재의 전자문화시대가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근대적 독서방식의 종언을 가져오고 있다"며 창조적인 읽기가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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