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 (제4권) - 육체의 고백] 육체의 고해성사가 교회에서 요구되는 까닭은?
매체명 : 이코노미조선   게재일 : 2019.12.02   조회수 : 885

육체의 고백
미셸 푸코 지음│오생근 옮김│나남출판│656쪽
3만2000원

 

미셸 푸코(1926~84년)는 20세기 후반 프랑스 지성사를 대표하는 사상가다. 푸코는 지식의 역사를 기반으로 삼아 인간 사회에서 전개된 담론의 변화를 탐구했다. 그는 인간 사회의 모든 제도를 비롯해 인간에 대한 관념과 학문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 탄생하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란 점에 주목하면서, 모든 인식론적 전환기의 전사(前史)를 규명하는 작업을 펼쳤다. 인간의 앎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역사를 추적한 것.

푸코에 따르면, 인간의 주체성이란 것도 저마다 특정 사회에서 권력의 통제와 관리를 거쳐 형성되는 과정에 그친다. 푸코가 말한 ‘권력’은 ‘국가 권력’이나 ‘지배 이데올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식과 정보를 분류하는 행위 자체도 권력이다. 푸코는 서구 사회에서 이성에 의해 배제된 ‘광기’의 역사를 복원하거나, 근대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 체계가 개인을 지배하는 권력의 특징이라는 분석을 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동성애자로 살다가 에이즈로 사망한 일생도 푸코를 성에 관한 한 독특한 사상가로 기억하는 데 일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푸코가 말년에 ‘성의 역사’ 시리즈 집필에 매달렸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1976년 ‘성의 역사’ 중 첫 권 ‘지식의 의지’를 출간한 뒤 ‘쾌락의 활용’과 ‘자기 배려’까지 내곤 타계했다. 그런데 지난해 프랑스에서 푸코 사후 34년 만에 유고(遺稿) ‘육체의 고백’이 출간돼 ‘성의 역사’ 시리즈가 마감됐다. 푸코의 대표작 ‘감시와 처벌’을 번역한 오생근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육체의 고백’ 한국어판을 펴냈다.

 

푸코의 ‘성의 역사’ 시리즈는 성의 풍속사를 다룬 게 아니다. 오생근 교수에 따르면 “성에 대한 담론과 성 문제를 권력과의 관계에서 분석한 책이다”라는 것. 푸코는 애초 17세기 이후 서구의 근대성 출현 이후 19세기 들어 서구 사회에서 성을 다룬 담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을 밝히려고 했다. 근대 국가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인구 정책을 중시했고, 부부의 성관계를 제외한 나머지 성행위를 죄악시하고 억압했다. 하지만 그 억압의 반작용인 양성에 대한 논의는 더 활발해졌고 개방되었다고 한다. 성을 다룬 문학이 도드라졌고, 성 의학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성 충동을 다룬 정신분석학도 유행했다. 게다가 근대 초기엔 교회에서 이뤄지는 고해성사도 전과 다름없이 권력을 행사했다. 성의 역사 측면에서 보면 근대는 성의 고백이 과거보다 활발해진 시기를 뜻한다. 푸코는 그러한 고백 문화의 뿌리를 더듬어 고대 사회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육체의 고백’에 대해 푸코는 “기독교 교리의 형성 과정과 육체에 대한 기독교 규범을 논의한다. 여기서 내가 이용하려는 자료는 대부분 교훈적 내용의 문헌이다”라고 밝혔다. 2~3세기 초기 기독교 사회에서 사용된 성에 대한 지침서를 통해 성에 대한 담론을 판독하면서 4~5세기 성에 대한 권력의 규율과 통제가 정착된 과정까지 복원한 것.

 

교회 권력은 일부일처의 결혼에 의한 생식(生殖)을 원칙으로 삼아 동성애를 금지하고 동정(童貞)에 높은 가치를 뒀다. 초기엔 별로 중시되지 않았던 고해성사가 점차 교회 권력을 강화하는 제도로 활용되면서 육체의 고백이 기독교 사회를 대표하는 규범이 됐다. 권력은 곧 ‘남의 고백을 듣는 것’을 뜻하게 됐다. 고백은 교회 바깥의 사회에서도 권력 관계 형성의 틀이 됐다. 약자의 고백은 강자의 감시와 더불어 권력 관계를 이루는 양대 기둥이 됐고, ‘육체의 고백’ 체계는 근대 이후에도 서구 사회의 권력 관계를 받쳐주고 있다.

 

 

성의역사4 앞표지(수정).jpg

 

기사원문보기

첨부파일 성의역사4 앞표지(수정).jpg
이전글 [광고, 다시 봄] [새 책]
다음글 [광고, 다시 봄] [신간] 30대 뉴스에서 PR을 읽다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