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수목원의 망중한과 다시 읽는 지훈 시
작성일 : 2014-08-13   조회수 : 911

한여름 수목원의 망중한과 다시 읽는 지훈 시

 

 

말복과 입추가 지난 이틀 후의 나남수목원 망중한의 하루입니다. 입구의 반송이 4년이 지나자 힘을 받아 수세가 힘차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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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익산이라고 불리는 전북 이리시 주변에 숨어있는 석공이 망중한을 이기지 못해 조각한 5층 석탑이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산 야생화 화원을 10년째 경영하는 소망식물원 김여사의 은덕으로 책박물관을 지으려는 호숫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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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장송도 한여름을 견디고 있습니다. 5년 전 이식한 녀석들이 이젠 제법 주인 같습니다. 15년 전 태안 바닷가 묘포장을 가꾸면서 발굴했던 녀석들 30주를 이식했는데, 절반은 몸살을 앓다가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마도 그 갯내음과 해풍을 함께 가져오지 못한 나의 불찰을 탓하며 그리움 속에 갔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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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가진 아침시간의 유쾌한 기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류주현 실록대하소설 《조선총독부》 전 3권을 받으신 전 이홍구 총리께서 격려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조선총독의 손자인 일본 아베 총리의 망언과 군국주의로 치닫는 광기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이어선지, 이 책으로 지난 백년의 일제 강점기의 트라우마를 재인식하고 이제는 못난 조상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마침 15년동안 지훈상을 운영하는 우리 출판사를 격려하시고는 유쾌한 부탁을 하십니다. 이 총리께서 1948년 중학교때 교과서에 실린 지훈선생의 시의 끝부분을 외워 보이며 원전을 찾을 수 없냐고 하십니다. 팔순이 되신 총리가 66년 전 소년시절에 외웠던 시가 파란만장한 삶의 궤적 속에서도 청춘의 힘으로 의지하면서 생생하게 살아 남았던 모양입니다. 시는, 문학은 이렇게 위대할 수 있습니다. 지훈 전집에서 찾아낸 〈마음의 태양〉이었습니다. 같이 음미해 보셔요.

 

 

마음의 太陽

 

조지훈

 

꽃다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가시밭길을 넘어 그윽히 웃는 한 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을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러르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으라.

 

괴로움에 짐짓 웃으량이면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마음 나라의 圓光을 떠오르노라.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라.

 

 

내가 좋아하는 지훈 시 중에서 하나를 소개합니다.

지훈 생가인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 앞의 돌에 새긴 〈빛을 찾아 가는 길〉도 함께 감상해보셔요.

 

 

빛을 찾아 가는 길 

 

조지훈

 

사슴이랑 이리 함께 산길을 가며

바위 틈에 어리우는 물을 마시면

 

살아 있는 즐거움의 저 언덕에서 

아련히 풀피리도 들려오누나

 

해바라기 닮아가는 내 눈동자는

紫雲 피어나는 靑銅의 香爐

 

東海 동녁 바다에 해 떠오르는 아침에

북바치는 설움을 하소하리라

 

돌뿌리 가시밭에 다친 발길이

아물어 꽃잎에 스치는 날은

 

푸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따며

춤과 노래도 가꾸어 보자

 

빛을 찾아 가는 길의 나의 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가는 바람이 되라.

 


아베 일본총리의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어제 이만섭 전 국회의장님께서 자서전 《정치는 가슴으로》 3쇄 출간기념으로 파주 출판사로 오셨습니다. 팔순이 넘으신 어른께서 먼 걸음을 하셨는데도 유쾌하신 모습입니다. 젊은 시절의 기자정신은 평생을 가는지도 모릅니다. 책 만든다고 고생했던 스텝들 모두에게 맛있는 점심을 베푸셨습니다. 자연히 광복절을 앞둔 시점이라 류주현 실록대하소설 《조선총독부》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극우적인 군국주의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가 마지막 조선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라고 알고 있었던 저의 무지를 바로 깨우쳐주셨습니다. '아베'로 같이 발음하는 습관으로 저까지 크게 착각하여 다른 칼럼에도 어리석음을 저질렀습니다. 어른의 큰 가르침을 정리하여 기록해 두어야겠습니다.

 

마지막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는 육군대장 출신으로 일본의 내각수반을 지낸 정계의 태두로 아베총리와는 관계가 없고,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 아베 칸(安倍寬)은 중의원을 지낸 전쟁 반대론자였습니다. 그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상이었습니다. 그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군부 파시즘을 지지하는 극우파로서 2차대전으로 치닫던 1941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에 상공대신으로, 전쟁 후 A급 전범용의자로 복역하고 1948년 석방되었고, 1957년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에 총리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가 그의 작은 외할아버지입니다. 아베 총리의 DNA는 아무래도 전범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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